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경민 Jul 05. 2024

"노래는 나의 베프" 가수 방재원의 음악인생 이야기

[윤터뷰] "노래는 나의 베프" N잡러 가수 방재원의 음악 인생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고, 즐기지만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은 없다는 가수가 있다.

노래는 평생 함께 옆에 있고 싶은, 위로받고 싶은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하는 그녀.

책 디자인을 하는 북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가수를 비롯한 다양한 일을 하며 자아를 실현해 가는 가수 방재원을 만나 그녀의 음악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경민 : 직업이 뭔가요?

방재원: 북 디자이너이자 가수, 연극배우, 보컬 트레이너까지 다양하게 해보고 있어요. (웃음)


윤경민: 본인이 생각하는 본캐와 부캐는?

방재원: 두 가지로 나눈다면 앉아서 일하는 북디자이너와 내 몸을 움직여서 일하는 예술 활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윤경민: 북디자이너는 좀 생소한데?

방재원: 책 표지, 내지에 들어가는 디자인. 책 한 권의 구성을 독자로 하여금 보기 좋게 예쁘게 하는 일이에요. 그 밖의 인쇄물로 나오는 모든 디자인 (브로슈어. 전단지. 현수막. 배너. 명함...) 을 하고 있습니다.


윤경민: 그럼 미대를 나왔나요?

방재원: 학부에서는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나중에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윤경민: 와, 문학과 음악, 미술 이게 다 예술이니까 연결이 되는 모양이네요. 노래는 언제부터 했나요?

방재원: 대학교 2학년 때 홍대 라이브 펍 오디션을 보러 갔거든요. 그때는 앳되고 예뻤던 시절이라 노래 듣기 전 사장님이 잘하면 매니저까지 시켜줄 테니 우선 서빙을 봐줄 수 없냐고 제의를 하더라고요.


윤경민: 지금도 예쁘고 앳돼보여요 (웃음)

방재원: 아이고 고맙습니다. (웃음) 그래서 "전 노래하러 온 사람이지, 서빙하러 온 게 아니다. 안되면 가겠다" 했더니 "그럼 오늘 오디션처럼이 아니라 가수처럼 무대를 꾸며봐라. 노래가 영 아닌 거 같으면 쪽지를 보내서 내려오라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데 쪽지가 건네지더라구요. 떨리는 마음으로 쪽지를 열어보니 한 손님이 신청곡을 보내셨더러구요. 그 손님을 시작으로 계속 신청곡이 밀려들어오더라구요"


윤경민: 와, 재능을 알아본 손님들이 계속 신청곡을 쏟아낸 거군요.

방재원: (웃음) 그렇게 저는 화요일에 찾아뵙겠다는 말을 마무리로 무대에서 내려왔죠. 그 펍 사장님이 잠시 접었던 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깨워줬던 거죠. 그래서 그때부터 실용음악과 친구들을 모아서 밴드를 시작했죠. 그 후로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기타리스트 노병기 선생님과 이태원 우드스탁에서 블루스를 시작했어요. 처음 접해본 장르가 매력적이었고 제 목소리와 잘 맞았어요. 그 후로 쭉 밴드생활과 봉사활동. 음악이 있는 연극을 해왔어요.


윤경민: 봉사활동도 했다구요?

방재원: (사)한국다문화연대에서 홍보 밴드를 했어요. KMCA(Korea Multi Cultural Association)라는 단체의 소속 밴드였는데 다문화 시대를 맞아 다양한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다문화공동체 구현이라는 목적 아래, 멤버들은 모두 국적이 다른 외국인들이었고 저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보컬이었요. 한국인과 외국인 할 것 없이 언어의 벽을 넘어서 세상의 언어인 음악으로 하나 됨을 보여드리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밴드를 결성했어요.


윤경민: 와 정말 좋은 취지로 결성한 밴드군요. 그래서 어떤 활동을 했나요?

방재원: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들이 다문화 가정에 의료 봉사를 비롯해 국내 어려운 환자들을 도우시고

저희는 의료지원을 위한 홍보공연을 했어요. KBS나눔축제, 대학국제문화제, 북촌나눔축제, 군포다문화축제, 안양소년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다양한 곳을 방문하며 희망을 드리는 게 우리의 역할이었죠.


윤경민: 와, 재능기부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훌륭합니다. 연극도 했다구요? 뮤지컬이 아니고?

방재원: 작년 4월에 '울지마,녹슬어'라는 연극에 참여했어요. 뮤지컬은 대사를 노래화하는 장르라면 이 극은 한 편의 연극이 끝난 뒤 노래가 나오는 형식예요.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다룬 내용으로 머지않은 시대에 더불어 살 우리의 미래를 네 편의 극으로 품어냈지요.



윤경민: 그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방재원: 저는 로봇이 되어 극 중 노래와 커튼콜을 장식했는데 로봇도 인간에게 받는 상처가 있더라고요.

이 극을 통해 깨달음, 슬픔, 감동의 복합적인 감정을 선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윤경민: 소녀처럼 감수성이 풍부하군요 (웃음)

방재원: (웃음)


윤경민: 본인의 대표곡은 뭔가요?

방재원: Eva Cassidy 가수의 Wayfaring Stranger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길 잃은 방랑자라는 뜻의 제목이에요. 락(rock)이 곁든 블루스 느낌의 곡인데요, 임진모 선생님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록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윤경민: 와, 대상? 대단하네요.

방재원: 복음성가를 편곡한 곡인데, 희망과 자유를 찾아 떠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는 곡입니다.


윤경민: 아주 좋은 메시지를 담은 노래군요. 대중이 알만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적은 없나요? 그 외의 대회에서 상 받은 적은?

방재원: 방송을 타는 프로그램은 제가 부담스러워해서 시도하지 않았고. 가수 등록이 되기 전에는 놀이공원 노래자랑에는 많이 나갔어요. 어린이대공원에서도 대상을 받아서 양쪽문이 달린 00 냉장고도 타고. 가족들과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갔다가 예술인들이 하는 레스토랑에서도 대상 선물로 TV도 받고 각종 살림이 더해갔어요. 그때 살림살이가 장만돼서 시집을 가야 하나 잠시 망설였던 시기예요 ㅎㅎ.


윤경민: 그래도 노래와 음악이 더 좋아 여전히 싱글을 사수하고 있단 얘기군요. (웃음) 본인의 장르는?

방재원: 세미블루스를 해왔습니다.


윤경민: 세미블루스라면?

방재원: 정통 블루스는 아니고. 그루브와 약간의 끈적임이 있는 곡들이라고 말씀드려요. 기존의 곡들도 약간의 편곡을 더해 그런 식으로 소화하기도 했고요.


윤경민: 한 가지 장르만 고집하는 건 아니죠?

방재원: 가요는 발라드를 좋아하지만 만화주제가. 선거송까지 가리는 거 없이 다양한 시도를 즐기고 있어요.


윤경민:  무대에 많이 서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방재원: 매 공연 나름의 특별한 추억이 자리했지만 제 가슴에도 뭉클함을 줬던 공연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다문화 가정 장애우를 돕는 봉사활동을 한 적 있는데요, 암 병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는데 얼마 남지 않는 삶의 시간을 준비하는 분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어요.

"음악을 통해 비로소 괴롭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 행복한 잠을 잘 것 같다"란 말씀을 들었을 때 제 작은 재능도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했죠. 그리고 스스로에게 "오늘 공연 잘했다"라고 격려해 줬죠.


윤경민 : 나는 000, 이것 때문에 노래한다! 방재원 가수는 000을 어떻게 채우겠습니까?

방재원: "감정을 토해내고 싶어서" 노래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는 편인데요.  그게 고마운 노래가 내 곁에 있어주기 때문인데, 제가 당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을 닮은 노래로 토해내고 나면 사우나를 하고 난 것처럼 개운한 느낌과 같거든요.


윤경민: 저도 가끔 토해내긴 합니다만. 뭘 먹었는지 확인하는 거죠. 토해내고 나면 왠 부치기 전 부침개가 떡 허니 바닥에 ㅎ. (웃음) 그건 그렇고, 솔직히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도 있을 텐데?

방재원: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을 가진 적이 없어요. (웃음)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어디 방송 나가보라는 권유는 많이 받았지만 곁에서 위로받고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은 게 노래예요. 그것을 수단으로 저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소중한 것을 봤을 때 무리하게 잘하려기보다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더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즐겁게 노래하는 정도가 지금의 내 수준이 된 듯한데, 노래랑 더 친하게 지내고 다양한 활동을 접하다 보면 뜻밖에 같이 북한산 오르듯 (웃음) 정상에 오를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해보죠. (웃음) 앞으로 남은 날이 많으니 더 노력해 볼게요.


윤경민: 욕심과 욕망은 없는데 꿈은 있는 거군요. (웃음) 북디자이너, 가수, 연극배우, 그리고 또 보이스트레이너로서도 활동하고 있잖아요. 지금까지 몇 명의 제자를 배출했나요?

방재원: 노래를 잘하고 싶어 하는 그룹, 음악 봉사활동을 같이 했던 외국인 친구들, -노래가 있는 연극의 배우들, 그리고 가수지망생 등이 있어요. 제자라고 하긴 민망하네요. 저처럼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것뿐이에요.


윤경민: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제자는 누군가요?

방재원: 얼마 전 알게 된 가수지망생인데 예명이 '로저윤'이죠. (웃음)


윤경민: ㅎㅎ

방재원: 4년 전 다른 분의 레슨을 해주다가 알게 되었는데, 본업 때문에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 무기한 미뤘어요. 그런데 그 학생의 열정은 몇 년이 지나도 지속되었고 그가 저를 다시 레슨을 하게 움직였지요. '애매한 재능을 뛰어넘는 게 꾸준함'이란 말을 여실히 보여주는 학생이에요. 아마 그 학생은 계속 잘할 겁니다. 학생의 열정을 리스펙하게 되었습니다.


윤경민: 거참 그게 누군지 참 부럽네요. (웃음) 나만의 독특한 레슨 방법이 있다면?

방재원: 노래를 예술적인 접근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노래가 갖고 있는 전체적 분위기를 해석하고 가사가 갖고 있는 문학적인 의미를 통해 최대한 감정을 싣기 위한 연습을 시킵니다. 그래서 곡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게 제 수업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사람의 목소리도 악기와 같아서 가수들도 저마다의 키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낼 수 있는 키가 다르거든요. 본인에게 맞는 키인 가장 듣기 좋은 소리를 찾아드리고 그 사람의 장점인 색깔은 부각하고 단점을 최소화시키는 게 저의 수업 방식이에요.


윤경민: 레슨 받으면 음치도 잘 부를 수 있나요?

방재원: 모든 사람의 목소리에는 장단점이 있어요. 그분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을 끌어낼 자신은 있습니다.


윤경민: 직장 다니면서 노래하랴, 레슨 하랴, 정말 '엔잡러'네요.. 어떤 직업이 가장 애착이 가는지요?

방재원: 북디자이너, 가수, 보컬트레이너가 직업이라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직업처럼 저는 일을 하면서 산다고 생각하질 않습니다. 매일 주어진 하루가 나의 무대이고 그 시간 안에서 만난 직업이 그날 멋졌다면 그게 만족스러운 하루인 거죠. 모두 애착이 가고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고마운 것들이죠.


윤경민: 무슨 철학적 답변을 하는 듯. (웃음) 디자인은 대학원에서 전공했다고 했죠? 다른 꿈도 있나요?

방재원: 네. 대학 때는 문예창작,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극본, 시나리오 쓰는 걸 특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작가의 꿈도 있어요. 아직도 작가의 꿈은 버리지 않고 있지요. 대학 시절 극본을 써서 졸업작품으로 연극을 올렸어요. 그때 연기도 직접 했는데 저는 뻐꾸기 할아버지의 역할을 기막히게 해냈지요(웃음)


윤경민: 엔잡러의 꿈은 무한하네요. (웃음) 특별히 북디자인과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은?

방재원: 문예창작과 전공 후 출판사에서 글을 다루는 일을 시작했어요. 시인 사장님이 꾸준히 시집을 만드셔서 간단한 표지 디자인을 했고 하다 보니 그쪽이 더 흥미로워지더군요. 그러면서 북디자이너로 전향했고 자신감을 불어넣고자 홍익대 시각커뮤니케이션 석사과정을 밟게 되었죠.


윤경민: 와, 문학에서 예술의 세계로... 예술을 섭렵하시는군요.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인가요?

방재원: 박정현과 Eva Cassidy, 노래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가수들이죠.


윤경민: 롤 모델로 삼는 가수가 있다면?

방재원: Eva Cassidy죠. 미국 가수인데 피부암으로 요절한 가수입니다. 세상을 뜬 후 유명해졌는데,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 관객에게 감동을 줄 줄 아는 가수라고 보였습니다. 노래는 위로받고 감동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녀의 못다 푼 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에선지 그녀의 노래를 많이 불렀습니다.


윤경민: 앞으로 어떤 무대에 서고 싶은가요?

방재원: 얼마 전 음악하는 친구와 홍대 앞의 한 펍에서 '오픈 마이크'란 이름의 음악프로를 기획했어요. '오픈 마이크'란 누구나 자기의 재능을 무대 위에서 펼치는 시간을 말합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무대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저 한주가 기다려지는 시간, 아끼는 지인들과, 좋은 사람들이 자주 모여 서로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 되자는게 우리의 취지거든요. 사람들을 모아 해외여행를 다니면서 '비긴어게인'처럼 버스킹 하는 바람도 갖고 있어요.

윤경민: 향후 포부는?

방재원: 음악을 통해 사람이 중심 되는 우리의 시간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나뿐 아닌 주변인들과 평생 행복하고 싶습니다.


윤경민: 끝으로 땡땡 질문. 노래는 나에게 00이다!

방재원: 노래는 나에게 '베스트 프랜드'이다. 위로를 주는 친구. 앞으로의 인생 계획에서도 빠지지 않는 내 삶의 기둥. 잔잔하게 내 삶에 흡수되는 오랜 친구로 남고싶어요. 평생을 함께 할 잃고 싶지 않은 그런 존재!


윤경민: 노래라는 친구와 함께 평생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그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 부럽네요. 인터뷰 내내 제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네요. 앞으로 좋은 무대 기대할게요.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고독사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