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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Jul 28. 2024

절기를 소개합니다

핸드폰 집에 놓고 다니기

애플 워치 셀룰러를 손목에 차고 핸드폰은 집에 놓고 다닌 지 1년 4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같은 길을 걸어서 지나간다. 사는 동네가 바뀌었는데도, 가는 곳을 며칠에 한 번씩 바꾸는데도, 같은 길을 지난다고 생각하는 게 나의 성질인가 싶다.


아무튼 눈과 귀, 코, 고개, 손과 발걸음이 자유로워져서 (아이폰 하나 손에 없을 뿐인데) 가장 크게 체감하는 점은 계절이 바뀌는 걸 잘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작년엔 미루다 미루다 찾아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길가 쪽으로 난 화단에 비리비리한 공작단풍 한 그루가 한 주가 다르게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눈에 안 띄게 겨울을 나다가, 눈이 녹고 얼음장 같은 추위가 한 결 풀려 패딩에 파묻은 고개를 들었던 그제야 회색으로 쪼그라든 채로 겨울을 난 이파리를 보게 됐다. 그렇네. 겨울이 끝나가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몇 월 몇 일이 아니라, 자연의 변화로 알 수 있을까? 흐름으로, 색으로?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에겐 절기라는 것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날씨와 곡식으로, 곤충과 가축으로, 철새와 들판의 소리로 계절을 알리는 시간 개념이 농사꾼 유전자에 새겨져있다.


그래서 생각날 때 하나씩 써서 올려보려 한다. 맞춤법이랑 흐름이 조금 어색해도 그러려니 할 것이다. 나는 늘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마무리까지가 힘에 겹다. 어차피 이 주제는 생생한 느낌이 주제니까 너무 힘을 주지 않아 보겠다.


읽고 나면

아무 문장도 기억이 안 나고

뺨에 바람이 스치는 그런 기분만 남는 글을 쓰고 싶다.

류승용, 김훈, 류시화 같은 그런 홀로 여행다니는 아저씨들의 글을 작년부터 읽고 또 읽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


(두 번째로 큰 체감은 사진 찍은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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