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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ge Erica Jun 24. 2019

부모의 부정적 피드백이 아이의 자기주도학습을 방해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마냥 좋을 나이라서 그런지 여행 내내 신이 났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여행의 끝은 씁쓸했다. 그날 이후로 나에게는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이 하나 생겼다. 바로 엄마께 선물을 드리는 일이다.

수학여행에서 한껏 들뜬 나는 엄마를 생각하며 기념품을 샀다. 내 선물을 받고 엄마가 얼마나 기뻐하실지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동안 떨어져 지낸 엄마를 만나자마자,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 내밀었다. 내 기대와 달리 엄마는 크게 화를 내셨다.


선물은 그 사람이 필요한 것으로 사는 거야. 엄마가 이게 필요할 것 같아? 다음부터는 선물하기 전에 그 사람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살피고 나서 사도록 해. 알겠니?


어린 나는 너무 놀랐다. 집으로 오는 동안 내가 상상했던 모습은 ‘엄마의 선물을 사와 기특하다고 칭찬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원하는 것을 사 오지 않았다고 오히려 혼이 났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13살의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엄마께 선물을 드리지 않는다. 선물을 해도 어차피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나의 내적 동기가 꺾인 순간이었다.



자기 주도학습을 못하는 우리 아이, 원인이 정말 학습 방법에만 있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의 학습 관여 형태는 자녀의 학업성취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녀 스스로 학습과정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학습 방식을 존중해주고, 적절한 조언을 해주면 자녀의 학업 자기효능감이 높아져, 궁극적으로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 그러나 자녀의 능력 또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높은 성과만 강요하는 경우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녀의 학업 성취도는 학습에 대한 내적 동기와 자기효능감에 영향을 받는다. 부모의 부정적 피드백은 내적 동기를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효능감도 떨어뜨린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일 수도 있다. 이때 부모가 사려 깊은 조언이 아닌 비난을 하면, 아이는 부모의 비난과 질책이 두려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게 된다.


우리 아이는 처음부터 무기력하지 않았다.


내가 할 거야! 내가 입을 거야! 내가 먹을 거야!


서너 살 아이들을 보면 뭐든지 자기가 하겠다고 우긴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 수도 없이 넘어지지만, 넘어지는 아기를 보며 비난하는 부모는 없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실수하는 모습마저 예쁘고 신기하게 보여, 온몸으로 칭찬해준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인정과 사랑을 받으며 성장 해나간다. 아이가 조금 더 커도, 아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항상 서툰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부모의 태도는 180도 바뀐다. 아이가 실수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대했는가? 주어진 상황과 자신의 능력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을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핀잔을 주거나 비난을 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자기 주도를 잘 하기를 원한다면, 엄마가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바뀌어야 한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과 신념

참고문헌

1. 김연수, 이종한, 한영숙, "어머니의 학습 관여와 자기주도학습능력과 학업 자기효능감과의 관계",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2008(1), 2008.6, 658-659

2. 조현철, 현성용, 한영숙, "학습기술, 학습동기, 자기효능감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2007(1), 2007.6, 458-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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