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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ge Erica Aug 23. 2019

특별한 딸 덕분에 뒷목잡은 엄마

엄마, 나 모마 TV에 나왔어!

"엄마, 엄마, 나 모마 TV 인싸 유튜버들 학교대항전에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출연했어. 응원 댓글 1등 하면 학교로 치킨 내 이름으로 2백 마리 보내준대.
빨리 좋아요 누르고 댓글 달아줘.



'아니 얘가 지금 무슨 방송에 나왔다는 거지? 공부 열심히 하는 줄 알았더니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나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준다 한껏 들떠 말하는 아이의 말에 나는 기쁘게 호응해주지 못했다. 고2는 이제 예비 고3인데 지금 우리 딸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대한민국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의 행복이나 진짜 자신들이 원하는 꿈은 잠시 접어두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놀지도 않고 공부를 한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사교육 현장에서 밀착해서 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집 10대들은 제멋대로 살고 있다. 내가 너무 내 일을 한다고 애들을 내팽개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너희들을 잘 키우고 있는 거 맞니?


 우리 집 10대들은 하루하루에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학부모님들께 "선생님 애들은 공부 열심히 하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미소로 답을 한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는 당당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집 풍경은 여느 집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고2 큰딸은 이번 유튜브 사건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그래서 내가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요즘은 고3이 되려면 체력이 중요하니 운동을 해야겠다고 필라테스를 알아봐 달라고 한다.

 

 영화감독되는 게 꿈인 중1 둘째 아들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는 꼭 찾아보고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꼭 개봉날에 가서 봐야 한다며 그 날에 영화를 본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 개봉은 주로 평일에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수학학원을 빠져야 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아이는 선생님께 "선생님 저 오늘 영화 봐야 해서 일찍 가봐야 해요. 나머지 보강은 다음에 할게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들 친구들이 매우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떻게 영화를 평일에 수학학원을 빼고 볼 수 있냐고...

 

 나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학교에서 열리는 교내 대회는 모조리 신청하고 다니는 초등학교 5학년 막내. 나는 이 아이가 대회에 나간다는 것을 항상 같은 팀 엄마로부터 듣게 된다. 3학년 때는 한 번도 배워본 적도 없는 과학상자 대회를 나가겠다고 하길래 "그거 팀도 있어야 하고 과학상자를 배운 애들이 나가는 거야."라고 했더니 친구 엄마와 직접 통화를 해서 "oo어머니, 제가 과학상자 대회를 나가고 싶은데 팀이 없어요. 혹시 oo이 그 대회 나갈 생각 있나요?" 해서 직접 팀을 짜고 그 친구가 과학상자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친구 선생님께 이것저것 묻고 배워서 대회를 나간 적도 있었다. 말릴 수가 없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과학 탐구대회를 나간다고 학교에 신청서를 내버리는 바람에 여름방학 내내 나는 그 아이들과 계획에도 없던 탐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집 10대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하고 싶은 것,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면서 말이다. 지금 우리 딸 학교는 난리가 났다. 이것이 치킨의 힘인가? ㅋㅋ 선생님들이 수업 들어가신 각 교실 아이들에게 홍보해주고 계시고 우리 반 엄마들도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고 계셔서 현재 유력한 MVP 후보라고 한다. 이런 경사스러운 일에 시큰둥했던 나의 반응을 사과하기 위해 아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그래서 우리는 곧 시간을 맞추어 볼 예정이다.


'나도 닭다리 하나는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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