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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ge Erica Aug 31. 2019

엄마라는 극한직업

이건 누구를 위한 숙제인가?

야! 니 숙제니까 네가 해야지.
이게 엄마 숙제야?
네가 한다고 했으니까 네가 해!


라고 하면서도 사실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엄마다. 나 역시 그랬다.


방학숙제로 나오는 탐구과제들.

이건 누구를 위한 숙제란 말인가?

뭣도 모르고 신청한 아이는 아무리 봐도 탐구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축구하면서 친구와 놀던 막내가 방학기간 동안 친구들과 함께 탐구해보겠다고 탐구대회 신청서를 상의도 없이 담임선생님께 내버렸다.  사실도 같은 팀 엄마로부터 듣게 되었다. 평온하기로 예정되어있던 나의 방학 스케줄에 태클이 걸리는 순간이다.


아들이 탐구해보겠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나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기 주도에 대해 고민하던 나답게 이참에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탐구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팀 아이들을 학원으로 불렀다.

 

너희들은 뭐에 대해서 탐구하고 싶어?


저는 식물에 대해서 탐구해보고 싶어요.

저는 매미에 대해서 탐구해보고 싶어요.

저는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처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 이렇게 제각각인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문과생인 엄마는 끈덕지게 탐구해본 적도 없고 게다가 보고서는 어떻게 쓰는 건지 전혀 몰다.' 아... 이를 어쩌나...'


평소에 알고 지내던 공학박사님께 SOS를 쳤다.

흔쾌히 아이들과 함께 만나는 스케줄에 시간을 내주셨다. 휴~ 안도의 한숨. 박사님은 주제 정하기부터 실험설계까지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셨다. 그런데 여기서 인상 깊었던 것은 사님이 아이들게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생각을 해보고 대답을 했. 그 대답이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또 질문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질문들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무엇을 해야 하고 하면 안 되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 등을 스스로 깨닫 있었다. 실험을 모르는 나 역시 우리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실험에 임해야 하는지 돌아가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알게 되어 참 신기했다. 이것이 질문의 힘인가 싶었다.


박사님의 설명을 듣고 질문에 답변하는 아이들

매미는 왜 비가 내릴 때는 울지 않을까?


우리 동네는 여름이 되면 매미 소리로 가득 찬다. 하지만 이렇게 시끄럽게 울던 매미들도 조용해질 때가 있다. 그때는 바로 비가 내리고 있을 때이다. 이것을 궁금하게 여긴 우리들은 매미가 왜 비가 내릴 때는 울지 않는지에 대해 탐구하기로 했다. 이론적인 배경을 조사하고, 과거의 탐구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 찾아보고, 실험을 설계하고, 관찰일지를 쓰며 여름방학을 보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마다 매미 한 마리씩 잡아 우리 학원으로 출근을 했다. 습도를 조절해가며 관찰한 내용들을 기록을 하고 매미가 울지 않을 때는 그 원인들을 파악해가며 다음날 실험을 설계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실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노력을 귀하게 여겼던 것일까? 며칠 동안 울지 않았던 매미들이 무려 5분간 길게 울었다. 아이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꺅 소리를 질렀다. 그 날 매미의 울음소리는 우리들에게 할렐루야였다. 마치 엄청난 보물을 발견이나 한 것처럼.

매미가 서식할 수 있는 인공환경 만들기
이론배경을 조사하고 보고서에 넣을 내용 정리

보통 이렇게 학교에서 진행하는 대회를 준비할 때는 학원의 힘을 빌린다. 하지만 과학도 잘 모르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탐구에 동참한 이유는 상을 타기 위한 주제를 정해서 만들어지는 아이들이기보다 본인들이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주제를 가지고 진정한 탐구 해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의 탐구는 대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행히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에서 우리들의 탐구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되었고,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것으로 충분히 우리 아이들은 좋은 경험을 했고,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비록 전문가의 손길을 받지 않아 날것 그대로였을지라도.

모든 탐구를 종료하고 난 후 엄마가 만들어준 보드게임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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