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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ge Erica Nov 15. 2019

저는 우리 애 공부 안 시켜요

공부는 누가 하는 거지?

저도 어렸을 때 공부 안 했고
남편도 안 했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애 공부 안 시켜요.


 나는 가끔 이렇게 말하는 부모님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 말이 엄청 쿨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있는 나는 그 부모를 말리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한다. "아이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 아이는 너무 행복해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영어가 어렵다고 해요." "수학을 힘들어해요." 이런 답변들이 돌아올 때면 "공부 좀 시키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극성스러운 엄마가 있었다.

그 덕분에 그 당시에 핫한 최신식 교육은 거의 다 접해봤다. 원어민 영어수업부터 시작해서 손가락으로 하는 셈을 가르쳐주는 지산학원까지. 물론 엄마의 불안함으로 인해 뭣 하나 꾸준히 해본 것은 없지만 말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서울대생 과외선생님께 과외를 받고 옆집 수현이가 풀던 문제은행 문제집을 꼬박꼬박 배달받았다. 하지만 나는 과외시간에는 피곤해서 잠을 잤고 엄마가 시켜준 비싼 문제집은 하나도 풀지 않고 다 버렸다.


공부. 안 시킬 수도 없고 시키자니 애가 안 하고.

도대체 아이 공부, 어떤 마음으로 도와야 할까?


 

1. 공부주체 아이라는 것을 음에 새기자

공부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내가 관심이 있어야 하고 알고 싶어야 한다. 내가 공부가 즐거웠던 때를 생각해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였다. 아이가 도대체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지 이해도 안 되고 너무너무 궁금했다. 나의 관심이 온통 자녀양육. 육아. 학습에 있었다. 이 궁금증을 주변에 사람들 이야기를 나어봤지만 답답함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나의 궁금함 들을 책에서 찾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들으며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공부는 너무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알 필요가 너무나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모로서 아이의 공부를 도울 때 우선 공부의 주체가 아이라는 것을 인정. 아이가 궁금해야 하고 이가 알고 싶어 해야 한다. 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2. 아이의 관심을 함께 따라가 보자

사람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는 재미를 느낀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본인이 관심 있는 것을 할 때는 몰입도가 확 올라간다. 나 역시도 관심 있는 것을 할 때 엄청난 몰입을 경험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가졌던 나의 관심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그리고 그 관심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도 못했다. 아니 어떻게 파고드는지 몰랐다. 하지만 변덕스럽게 바뀌었던 나의 관심들을 무시하지 않고 계속 따랐다. 그 덕분에 나는 나만의 안목을 갖게 되었고 무언가를 판단할 수도 있게 되었다. 우리의 처음은 언제나 화려하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난 지금도 5살 때 아이의 꿈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때 우리 아이의 꿈은 서울 슈퍼 아저씨였다. 슈퍼는 아이들에게 백화점과 같은 어마어마한 곳이다. 그곳에 주인이 되는 것을 자신의 꿈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그게 무슨 꿈이냐고 비아냥거리지 않았다. 아이는 그 이후로 수시로 꿈이 변했다. 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지만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했다. 그 아이가 꾸는 현재의 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번 방학 때는 그것을 완성해서 e-book으로 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직 자라나는 과정이기 때문에 꿈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의 관심을 따르며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잘하고 못하는 것. 되고 안 되는 것은 나중 문제다.


3. 모의 경험은 부모의 경험일 뿐이다.

부모의 경험. 부모의 사고방식. 이런 것들은 자녀를 키울 때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녀가 어릴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하거나 주장을 펼치기 시작하면 부모의 의견과 아이의 의견이 부딪히면서 서로의 관계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자녀를 대해야 할까? 또 좋은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민하게 된다.


아이를 돕는 부모가 되기 위해 나는 나의 경험과 나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나의 상황과 아이들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 나의 경험과 생각만 공유하는 것이 수월고 아이의 결정에 강요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얼마 전 막내가 학교에서 사회 단원평가를 본다고 했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알림장에 써주셨으니 준비는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같이 해보자고 했다. 공부하는 방법을 설명해주면서 잠시 후에 테스트를 보겠다고 했다. 아이는 공부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외우는 것도 어렵고 이걸 자기가 어찌하냐며 짜증을 내며 공부를 안 하겠다고 했다. 마치 자신이 공부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나를 협박하듯 했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공부하지 않는 거랑 엄마는 아무 상관없어. 시험 본다고 하니 도와주려고 했던 건데 엄마 도움이 필요 없다면 네 방식대로 해도 돼. 나중에 엄마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말해. 도와줄게."라고 말하니 아이는 볼멘소리로 "어." 하더니 방을 나갔다. 며칠 후 아침 등교가 늦어지는 것 같길래 빼꼼히 내다보니 사회교과서를 보고 문제를 내보숙제를 하고 있었다. 제를 아침에 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등교시간을 계산해가며 숙제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는 아이보다 먼저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 경험이 후회스러운 경험이었든지 아니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든지 그것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한다. 동시에 그 생각이 옳다는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자녀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어릴 때에는 부모의 생각대로 잘 따라주어 괜찮지만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 생기고 주장을 하는 시점부터는 부모의 목표와 생각대로 자녀를 키우기란 쉽지 않다. 순간순간 '나의 생각이 옳으니 내 말을 들어야지'라는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다시금 부모의 역할을 돌아보게 된다. 부모는 자녀가 가진 강점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일 뿐이다.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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