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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ge Erica Feb 21. 2022

끝까지 특별한 내 딸의 역사적 순간들

초등학교 2학년, 소풍 가기 전 날


아이의  방문을 몰래 열어 보니 빼곡히 쓰인 종이를 코팅해서 책상 위에 곱게 올려놓고 잠이 들었다. 내용을 보니 소풍 가서 함께 노는 친구들의 이름과 에버랜드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놀 수 있는 동선이 그려져 있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던 내 딸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기획에 싹을 보인 아이.


고2 내 딸의  모. 마 TV 출연 소식을 접하다


"엄마, 나 이것 좀 투표해줘. 여기서 1등 하면 내 이름으로 학교에 치킨 배달해준대."


한창 공부에 매진할 나이, 18세, 고2.

데프콘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촬영했던 영상이 1편, 2편으로 나뉘어 나온다는  사실을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니 도대체 나도 모르게 언제 촬영을 했다는 건지. 나는 왜 내 아이의 스케줄도 모르고 있었던 건지. 자책감과 함께 잠시 충격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투표에서 1등 하면 학교에 치킨이 본인 이름으로 배달된다고 부탁했던 것이 생각나 우리 가족 모두는 투표를 하고 주변에 부탁까지 했다. 결국 투표에서 1등을 하게 되었고 내 딸 이름으로 전교생이 치킨을 먹는 역사를 이루었다. 많은 분들로부터 "OO어머니 치킨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받았던 그날을 떠올려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함 없이 끼를 발산하던 아이.



갑자기 방송인이 되고 싶다던 딸


고3이 되던 해.

딸은 갑자기 PD가 되고 싶다면서 입시의 방향을 틀었다. 부랴부랴 관련 정보를 모으고 상담을 열심히 다니면서 내 딸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참 쉽지 않았다. 열심히는 했지만 딸이 원하는 결과는 없었기에 재수를 결정했다.


재수하는 시간 동안 코피를 쏟아가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2년의 시간을 견디고 드디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한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오늘을 기록해본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족은 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서 모두 자가격리 중이고 딸은 격리센터에서. 남은 가족들은 집에서 줌으로 입학식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 딸의 역사는 조금 특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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