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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ge Erica Jun 17. 2024

교과서를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반복해서 읽어도 모른다는 것은 머리가 나쁜건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한다더라 하면 내 아이도 교과서부터 읽힌다. 게다가 소리 내어 읽혀야 이해력이 높아진다고 하니 소리 내어 교과서를 읽힌다. 하지만 소리 내어 두세 번 읽었는데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한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뜻이다.

교과서를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목차를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교과서에는 목차가 있다. 교과서를 펼치면 ‘차례’라고 나오는 부분이 바로 목차다. 그 부분을 보면 대단원 중단원 또는 소단원까지 제목이 쓰여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거나 교과서를 제대로 살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이 대단원 제목인지 중단원 제목인지 소단원 제목인지 잘 모른다. 코로나 시기 때 안전의 문제로 아이들의 등교가 원활하지 않아 교과서라도 읽혀보자는 취지로 2020년부터 약 3년 정도 교과서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많은 아이들에게 목차를 구조화시켜 정리하게 하고 녹음하도록 시켰는데, 학생들이 너무 어려워해서 목차 구조화 녹음하는 대본을 만들어 주었더니 그제야 뭐가 뭔지 알겠다며 목차 구조화 녹음을 수월하게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단원에 핵심 되는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과서 읽기 프로젝트를 할 때 재미있는 일화 몇 개가 있다. 그 당시 5-1 사회 교과서에 [우리 국토의 위치를 알아봅시다]라는 소단원이 있었는데 이 부분의 핵심은 우리 국토의 위치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보는 것인데, 교과서에 위선과 경선, 위도, 경도 등 용어 설명이 진한 글씨로 되어 있다 보니 그 용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달달 외우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5-2 사회 교과서에는 [고조선의 건국과 발전과정을 알아봅시다]라는 소단원이 있었는데 고조선의 건국 이야기(단군왕검 이야기)가 페이지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고조선이 어떻게 건국이 되었는지 물어보면 단군왕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교과서를 읽어보면 청동기 시대 이후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이들 중 가장 힘이 센 세력이 주변 세력들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서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등장했다고 나와 있음에도 말이다.

결국 단원 제목에 해당하는 핵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문장독해가 안 되는 문제 때문이다. 문장을 정확하게 읽는다는 것은 글쓴이가 문장을 통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말인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문장에 짜임대로 읽어내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문장의 짜임에 맞춰 글을 쓴다. 예를 들면 ‘누가 무엇을 어찌하다’ ‘ 무엇이 어떠하다’, ‘무엇이 무엇이다’처럼 말이다. 그럼 읽는 사람도 쓰인 대로 읽어야 하는데 소리 내어 읽는 것에 초점을 두면 글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글을 읽기 때문에 소리 내어 교과서를 여러 번 읽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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