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끔 만드는 기쁨

관객을 꿈꾸며

by 윤슬

2026년 1월 1일부터 매일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나한테는 이게 큰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희곡과 소설을 쓰는 게 비교적 익숙했고 이야기에 내가 아닌 화자를 내세우는 것이 재밌고 좋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나를 전면에 내세우는 에세이는 어딘가 쑥스럽고 창피했다. 게다가 거의 집과 카페만 오가는 일상, 내가 평소에 하는 생각 같은 것들이 뭐가 재미있겠나 싶은 마음도 들었었다. 그런데도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소통이 간절해서였다. 내가 글을 쓴다는 건 주변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내 글을 보는 건 일부 소수였다. 소설과 희곡을 미공개로 쓰기 때문이었다. 아주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피드백을 받기 위해 보여주거나 합평 수업에서나 공유할 수 있었다. 완성된 작품은 공모전에 제출했다. 엄마는 내가 무슨 글을 쓰는지, 책은 언제 나오는지 무척 궁금해하셨다. 책으론 안 나온다고 몇 번을 말씀드리면서도 마음 한켠이 좋지 않았다. 가족이 지방에서 서울로 공연을 보러 오는 것도 불가능했다. 내가 쓴 글을 나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그래서 새해를 맞아 접근하기 쉬운 에세이를 택했고, 쉽게 볼 수 있는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매체로 선택해 글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매일 글을 쓰고 있다는 감각을 타인을 통해 느끼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글을 SNS에 올리면서 느끼는 감정은 감사와 환희다.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이 내어준 시간과 관심, 응원에 가슴이 활짝 열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몇 명이나 읽겠어.’라며 움츠러들었던 시작 전의 생각은 기우였다. 막상 글을 매일 써서 공유해 보니 한두 명의 독자가 무척 소중하고 귀하다는 사실을 배운다. 지인들이 내 글에 반응하고 한 마디씩 건네주는 말에 감동한다. 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니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끔 만드는 힘과 기쁨이 차오른다. 무거운 글을 쓰든 가벼운 글을 쓰든, 매일 어떤 글을 쓸까 연필을 쥐고 설레하는 나날이다. 2026년의 시작이 퍽 다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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