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가 확 줄어들었다. 마침 집 재계약을 알리는 연락도 왔다. 어쩌면 서울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벌리는 일들이나 매주 만나고 있는 지인들, 참여하는 커뮤니티 같은 것들이 생각났다. 생활 지역을 떠난다는 건 근거리에서 쌓은 인적•사회적 자본을 다시 놓아야 하는 일. 걱정과 고민이 생겨났다. 지방 도시로 내려가면 연고가 없어 0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어떤 모습으로 살까 예측이 안 되고 외로울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지금 쥐고 있는 것들을 손에서 놓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한편으론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뭘 그렇게 또 많이 쥐었나 싶지만서도.
오늘은 진짜 일기를 쓰고 말았다.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글을 쓰기 전엔 이렇게 사적이고 무거운 이야기를 남겨도 될까 싶었지만 나는 언제나 진솔한 글을 쓰고 싶고, 이 글이 남에게 보여주기 식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 기록의 방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짜로 행복한 척, 만족스러운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을 쓸 수도 있지만 오늘은 기쁨의 순간이 없었다. 몸이 아파서 일을 못 갔고, 통장 잔고를 본 후 불안이 춤을 췄다. 여전히 제대로 된 수익화 방향을 못 잡고 헤매는 내가 답답하다. 예전엔 남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실제로 버티기가 힘들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 현재 알바를 그만두고 시간과 체력을 더 오래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다른 알바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한 치 앞을 못 본 내가 꽤 한심하고 나약하게 느껴진다. 마음 급해서 했던 선택들로 주변에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었다. 지혜롭게 살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앞으로 살려면 책 읽고 글 쓸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게 내 삶의 모순점이라면 모순점이다. 틈틈이, 짬짬이가 최선. 다들 그렇게 살겠지만서도.
모두가 그렇겠지만서도. 자꾸만 이 말이 떠올라서 내 괴로움이 어리광처럼 들린다. 이젠 제대로 서야 할 때. 제대로 서 있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