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맞는 일, 몸에 맞지 않는 일

손이 하는 말

by 윤슬

손에 뭔가가 닿는 느낌이 싫다. 물컹한 것을 만지는 것은 물론이고 끈적한 액체가 묻는 것도, 심지어 물이 묻는 것도 싫다. 아토피가 있어 원체 피부가 약하지만 내 손은 다른 부위에 비해서도 유독 피부가 무척 얇고 예민하기 때문이다. 마늘이나 양파, 고추를 만지면 손이 빨갛게 부르튼다. 맨손으로 걸레를 잡고 먼지를 한번 닦으면 피부 껍질이 벗겨진다. 설거지를 단 한 번만 해도 마찬가지다. 속장갑과 고무장갑을 같이 껴야 손이 아프지 않다.



그런 내 손이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괴로울까. 너무 바빠서 설거지를 할 때는 속장갑을 낄 만큼 여유 부릴 수도 없을뿐더러 고무장갑이라도 제대로 끼면 다행이다. 마감을 할 때는 그렇게 싫어하는 물컹거리는 음식물 쓰레기도 만져야 한다. 집에선 절대로 하지 않던 손빨래도 한다. 행주를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빨아야 한다. 뜨거운 물이 튀어서 물집이 잡히기도 부지기수. 나도 모르게 커피 머신에 손등을 데일 때도 있다. 깜짝 놀라 손등을 보면 둥글게 붉은 선이 남아 있다. 습진이 생기고 촘촘한 물집이 잡히면서 가려움과 따가움도 심해졌다. 키보드를 한 글자 한 글자 칠 때마다 손가락 끝이 아리고 쓰리다. 이쯤 되면 아무것도 만지고 싶지 않아진다.


일을 계속하다 보면 싫어하는 감각도, 고통도 무뎌질 줄 알았다. 하지만 반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액체가 손에 묻는 게 싫고 음식물 쓰레기를 만지는 게 싫다. 습진으로 인한 고통은 날이 갈수록 더해간다. 손가락으로 손가락을 긁다가 잠에서 깰 때도 있다. 아프다. 손에서 피가 나고 진물이 난다. 이쯤 됐는데도 왜 카페 일을 그만두지 않는지가 의문이다. 내 손에게 미안한데도 말이다.


손을 보면 그만둬야지 싶다가도 이만큼 잘 맞는 일을 찾기 힘든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곳보다 스케줄 조정이 자유로운 편이고, 재즈를 들으며 일을 할 수 있고, 어쩌다 한가할 때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일이라 좋다. 마시고 싶은 음료를 만들어서 마실 수도 있고, 손님들이 만족해할 때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육체적 만족도는 아주 낮다. 카페 일이 언뜻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상당한 육체노동이라는 점을 매일 느낀다.


마음에 맞는 일이라도 때론 몸에 맞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몸에 맞지 않다 보면 결국 언젠간 마음에서도 떠나게 될 터. 몸이 하는 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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