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매니저와 프로덕트오너는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개념의 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서비스기획자라는 직무가 어떤 서비스를 담당하고 기획하는 직무로 알려졌었고, 프로덕트매니저나 프로덕트오너라는 직무는 알려진 바가 없었는데...
최근 몇년간 애자일 방법론이 활성화되고 많은 곳에서 사용되면서 서비스기획자가 아닌 프로덕트오너 또는 프로덕트매니저라는 직무가 많이 생기게 되었다.
2020년에 극초기 스타트업에 프로덕트매니저로 합류하게 되는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이 때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을 정확히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개인적으로 다소 혼란스럽던 시기였다.
프로덕트 오너라는 직무와 프로덕트매니저는 무엇이 다른가, 두가지 중 어떤 것이 더 상위(?) 역할을 담당하는 직무라고 봐야하는가,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디서 어디까지의 업무를 담당해야하는가 등등..
프로덕트매니저 역할로 일을 하기는 했으나 당시 대표이사도 CTO 도 그리고 나 자신도 그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못했던 때이고 편의상 '기획'이라는 단어로 나의 업무를 부르는 경우가 더 많기도 했다. 실제로 과거에 워터폴 개발 방법을 쓰던 조직에서 서비스기획자(또는 서비스기획 팀장)으로서 하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들을 데일리 태스크부터 더 전략적인 부분까지 모두 수행하게 됐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니 명확한 업무 분장을 하는 건 불필요하고 가능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겠다는 내 의지가 포함되서이기도 했다.
직무에 따라 내 역할을 한정하거나 정의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고 그런 스타일도 아니지만, 프로덕트매니저의 역할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를 하고 싶기에 프로덕트매니저와 프로덕트오너에 대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며 여러 내용을 봤지만 머리속에 정확히 그림 그리기는 어려웠다.
여러 글을 보고 국내의 다른 회사의 채용 공고도 보면서 든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1. 프로덕트매니저와 프로덕트오너는 동일한 역할이지만 명칭만 다르게 사용한다.
2. 제품을 총괄해서 책임지는 역할인 경우 주로 프로덕트오너 라고 부른다.
3. 프로덕트 오너가 프로덕트 매니저의 상위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리고 얼마 후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을 쿠팡의 김성한님이 쓰신 '프로덕트오너'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을 통해 '프로덕트오너는 조금 더 전략적이고 큰 그림을 그리며 제품을 총괄 책임지는 역할이다' 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와 비슷한 일을 하시는 다른 분이 쓰신 글(https://inyongsuh.com/tag/%ED%94%84%EB%A1%9C%EB%8D%95%ED%8A%B8%EB%A7%A4%EB%8B%88%EC%A0%80/)을 읽게 되었고 여기서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빠르게 읽어봐도 바로 이해하시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프로덕트매니저는 조금 더 전략적인 레벨의 업무를 담당하고,
프로덕트오너는 실제 프로젝트 진행시 태스크 실행 레벨의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음? 조금 이상한데.. '프로덕트오너'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과 좀 다른거 같은데? 뭐가 맞는거지? 내가 뭔가 잘못 이해한건가?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물론 명칭이 뭐가 중요하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념을 조금 더 잘 잡고 확장성 있게 업무를 하는 것과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건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 되는대로 조금 더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읽게되 또다른 책은 '멜리사 펠리'가 지은 '개발 함정을 탈출하라' 라는 미국 서적의 번역서인데, 여기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다.
'확장형 애자일 프레임워크에서 프로덕트매니저는 프로덕트 오너의 상사 역할을 하고 외부와의 소통 및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고객과 대화하고 요구사항과 프로덕트 개발 영역을 정의하고 이 내용을 프로덕트 오너들에게 알려준다. 프로덕트 오너들은 내부에서 소통하면서 해결 방안 요소들을 정의하고 개발자들과 협력해 프로덕트를 출시한다.'
이 설명이 1+1=2 라는 어떤 법칙과도 같은 절대적인 정의는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프로덕트매니저와 프로덕트오너라는 개념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활성화된 곳에서 얘기하는 내용이니 잘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최근에 도그냥 브런치에서 '한국형 K-Product owner의 탄생론 (https://brunch.co.kr/@windydog/592 )' 이란 글을 봤고 쿠팡에서 시작해서 한국에 프로덕트오너라는 개념이 자리잡히고 사용되기된 일종의 히스토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프로덕트오너를 조금 더 상위개념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느정도 궁금증이 풀렸다.
일단,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프로덕트오너를 조금 더 상위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어느 회사들은 과거에 서비스기획 팀장(리드) 또는 서비스 메인(담당) 기획자가 하는 업무를 하는 포지션으로 '프로덕트오너'를 채용하기도 한다.
언어, 명칭 이라는게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PO(프로덕트오너)를 그렇게 사용하는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더 글로벌한 환경에서 채용을 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라는 글로벌 표준에 맞게 명칭을 사용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프로덕트 오너(또는 프로덕트매니저든간에..)를 '미니CEO'라고 부르는 것에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제품에 대한 책임감 (오너십 ownership)을 강조하려는 의도인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CEO 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건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다. CEO 만큼의 권위도 권한도 없지만 책임감은 CEO 처럼 가져야 한다는 논리라면 프로덕트오너(또는 프로덕트매니저)한테 좀 가혹하지 않나 싶다.
프로덕트매니저든 프로덕트오너든 서비스기획자든 뭐라 불리든간에 해당 프로덕트(또는 서비스)에 대한 오너십을 갖고 자신의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은 정말 책임감도 많이 요구되면서 중간에서 욕도 많이 먹고 스트레스도 많이 먹는 직업이다. 책임감에 대한 강조보다는 조금 더 배려를 해주는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