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으면 증발해버린다.
누구든 어렸을 때 한번쯤은 일기를 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유년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반강제적으로 일기를 썼던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기록의 중요성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닌지 싶다. 그럼 왜 기록해야 되는가? 이승희 작가의 '기록의 쓸모'를 읽으면서 왜 기록하는 게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곱씹게 되었다.
1. 기록은 자산이다.
누구든 일을 잘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인간은 쉽게 망각하기에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기억의 조각들이 어느 순간 희미해진다. 그러나 글로 정리한다면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을뿐더러 내 이력이 된다. 머릿속에 기억으로만 남는다면 무형으로 끝나지만, 글씨로 남긴다면 유형의 자산이 된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배웠던 실무적인 부분. 인간관계에서 거울삼아 혹은 반면교사 삼아 깨달은 점. 밤 산책을 하면서 살랑거리는 노래를 들으며 했던 사색 등 무엇이든 그때그때 느끼고 깨닫고 배운 점들을 기록하는 게 내 History이자 자산이 된다.
2.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영감이 될 수 있다.
생각이 글로 활자화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계속해서 출력하면 나 자신을 객관화하게 되며 생각의 깊이를 기를 수 있게 된다. 꾸준히 기록하고 공유한다면, 누적된 글들은 어느새 공감을 자아낼 것이며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능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리고 요즘은 왕초보가 고수한테 배우기보다는 그 한 단계 윗 수준인 초보한테 배울 때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란 말처럼, 글을 쓰고 대중과 공유한다면 우리는 이미 한 줌의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글 쓰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필자는 신입사원 때 (1) 조직 파악 (2) 사람 파악 (3) 분위기 파악을 못해 겪은 여러 애로사항들, 실무적인 지식, 인간관계에서 깨달음- 이 모든 경험들을 글로 남긴다면 분명히 누군가에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가 '신입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모음집으로 기록을 남긴다면 누군가에게는 참고할만한 글이 되지 않을까? 가령 도움이 안 되더라도, 내가 겪은 경험이자 'My Story'다 보니 기록한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다.
3. 내가 말하고자 하는 말이 내 침묵보다 더 가치 있기를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카피
쉽고 명확하게 이해되는 카피
읽긴 했는데 아무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카피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 카피
기록을 할수록 그 기록이 어느새 나의 언어가 된다. 위에 '카피'를 '언어'로 대입해보자. 과연 내 언어는 상대방한테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전달되는가?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상황이든 내 언어는 완전무결하면서 간단명료한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알맹이가 있는 말인지 스스로 반문해본다. 필자는 말을 꺼내기 전에 늘 염두에 두는 기준이 있다. "Is it true, necessary, and kind?" 내가 지금 말하려는 게 (1) 진실되는지 (2) 필요한 말인지 (3) 친절한지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생각한다. 이 3가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말을 아끼려고 한다. 내가 하려는 말이 내 침묵보다 더 가치 있기를.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배려와 여유도 있지만, 그들에게 발견되는 공통분모는 섬세한 관찰력을 갖고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기본이되 시적인 단어와 표현에 꽂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관찰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옥구슬 같은 표현과 은은한 내러티브에 한번 더 눈길과 관심을 주는 게 관찰이다.
4. 고민하는 그 자체가 나를 위한 투자다
뮤지션들은 자신의 무대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미 준비된 사람이었다. 그들은 가사를 쓰기 위해 매일 같이 글을 써야 했고, 글을 쓰기 위해 치열하게 스스로를 들여다봤을 것이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했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를 위한 투자다. 기록을 하면서 고민하게 되고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유의 '밤 편지'처럼 서정적이고 울림 있는 가사를 작사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매일의 삶 속에서 꾸준히 글의 총량을 채웠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기록하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스스로를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막연한 두려움도 걱정도 글자화 되면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된다. 목표도 글로 쓰면 이룰 가능성이 두배가 높아진다는 말처럼 기록에는 힘이 있다.
5. 저마다 각자의 시간이 있다: 아침형 인간은 자기계발서를 쓰고 저녁형 인간은 소설을 쓴다는 말처럼
짜도 짜도 영감이 솟는 촉촉한 수건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이 경험하고 읽고 놀러 다닌다
어느 날 북촌에서 엄마 손 잡고 거닐다가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시간의 색체"
나의 지난 시간은 어떤 색깔로 물들어 있는가? 앞으로의 시간은 어떤 색으로 펼치고 싶은가? 하루를 3등분으로 나눠서 시간을 밀도 있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유동적이고 컨디션에 따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달라진다. 그러나 오늘 깨어있는 하루의 시간을 3등분으로 나누어 살아간다면 조금은 더 의식적으로 생활하기에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를 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틈틈이 짧게라도 기록하는 글이 시간 때 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스스로 관찰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
1등분은 6AM~12PM
2등분은 12PM~6PM
3등분은 6PM~12AM
6. 생각과 마음을 좋은 것으로 넘치게 채워서 복잡함을 밀어낸다
억지로 잊으려고 하면 안 잊혀진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을 밀어내려면 차고 넘치게 건강한 것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무엇을 보고 듣고 읽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얼굴이란 뜻은 '얼' 영혼을 담다 즉, 마음의 빛을 나타낸다를 의미한다. 인상과 눈빛에서 그 사람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상투적이지만 시간이 정말 약이다. 아물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과거를 곱씹는 게 아닌 그 시간 동안 건강하고 좋은 것으로 나의 생각과 마음을 채우고 보듬어 주며 가꾸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에 감사했던 점 혹은 소소하게 미소 짓게 했던 점을 적어보는 게 어떨까?
우리가 걸어갈 모든 여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나라는 사람에게 다 녹아들 테니 조급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