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그녀 생각에 깬걸까? 7월의 열두번째 새벽을 맞이한 그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어두운 창문을 바라보다가 마음 한구석에는 삶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는 생각했다. ‘요즈음 나를 인도하는 별은 무엇인가?’ 일에 대한 열정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면적으로 숨겨진 예술에 관한 야심도 아니다. 이내 그는 그녀를 떠올렸다. 롤랑 바르트가 그랬던가? 무지란, 지식의 결여가 아니라 지식의 포화상태라고. 그의 머리에는 그녀로 가득하여 다른 것들이 자리잡을 틈이 없었다. 그는 점점 무지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1년 전 오늘, 그는 우연히 스쳐지났을 만남을 제외하고 자신이 기억하는 한 그녀를 처음 보았고, 순간 그는 세상의 모든 우연은 운명이고 필연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기억못하는 그 남자만의 1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에로틱한 우정에 관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한 가상의 이야기와 이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찾으려는 남자와 자신으로부터 사랑을 찾는 여자의 이야기로, 프레스코 & 유성페인트 & 물에젖은 아크릴을 활용하여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