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윤 Apr 27. 2022

Love Writes White

EBS 위대한 수업 <소설가의 글쓰기>


얼마 전에 서점 갔다가 홀린 듯이 책 한 권을 집었다. 점원이 바코드 찍어주다가 말을 건넨다.

고객님, 이 책은 이미 3권 구매하셨는데…


멋쩍게 대답했다.

재밌게 읽고 나서 친구들한테 선물했는데,
다시 읽고 싶어서요…



 어느 날, 갑자기 TV에 최애 소설을 쓴 작가가 나오는 게 아닌가?!




줄리언 반스 _ 소설가의 글쓰기


그의 말을 조용히 숨죽여 들었다. 그만큼 나에게는 미친 진정성으로 다가왔다. (입틀막) (감동)

선생님이 왜 여기서 나와요? ㅠㅠ


TV는 일방향적 매체 아니었나? 나 지금 분명 작가랑 TV를 통해서 교감한 것 같다. 시시포스 쌓다가 영혼이 빈곤해지면, 한 번씩 상기시킬 수 있도록,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한다.


우리는 30년을 함께 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서른두 살이었고, 그녀가 죽었을 때는 쉰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2013>

작가는 오랜 시간 내면세계에 머무는 데 익숙하기에

저는 코로나 시기를 보내기 유리했어요. 저는 운이 좋아요. 아이들도 없고, 우리 집 평수도 큽니다. 정원도 있고, 집 주변에 공원도 있어요. 제 나이(75세)에는 다른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겉보기에는 잘 사는 것 같고  좋아 보입니다. 계속 책을 쓰고 있고, 필요한 것도 다 있죠. 친구도 있어요. 하지만, 팬데믹으로 심리적 불안이 있어요. 누군가 앞에서 기침을 하면 불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 어느 정도 비(非) 사회적이 되는 것 같아요. 덜 친한 친구는 안 만나고,친한 친구한테만 의지하고 만남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이런 변화도 있고, 시간을 왜곡하는 현상도 있어요. 시간이 움직이고 돌아가는 방식 말이에요. 코로나 이전에, 저에게 13년 전에도 이런 전조가 있었어요. 바로 아내가 세상을 떠나던 해였습니다. 우린 30년을 함께 했는데, 그렇게 깊은 슬픔을 경험한 건 처음이었어요.

사별의 슬픔에 젖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는 게 아니라 다만 적절하게 합당하게 수학적으로 정당히 슬픈 것이다

이상하게 시간 감각이 완전히 뒤틀리는 걸 느꼈죠. 아내가 아주 오래전 세상을 떠난 것 같기도 하고, 불과 3주 전 일 같기도 했죠. 받아들이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쩌면 저는 이미 코로나 시대에 준비돼 있었어요 (웃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현상, 삶에서 충만함, 경이로움이 없었어요.


사랑은 중요한 주제죠,
사랑과 죽음은 작가들에게 큰 주제예요.
절대 사라지지 않고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죽으면, 죽음에 대해서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사랑의 신비는 풀 수 없어요. 정의조차 내릴 수 없죠. 글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좋은 면도 있습니다. 왼쪽이 있으면 오른쪽도 있듯이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죠. 행복만큼 고통도 있고, 평탄한 사랑보다 험난한 사랑에 대해 쓰는 게 흥미롭죠.



프랑스 작가 루이 페르디낭 셀린은,

사랑은 흰색으로 쓴다고 했어요.

Love writes  white


사랑을 쓸 때, 뚜렷한 명암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등하고, 잔잔하고, 평등한 사랑에 대해서는 그 말이 맞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그렇지 않아요. 마음이 통하는 것만큼이나 대립하고 차이를 느낍니다. 안 그러면 재미없으니까요. 고상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저는 사랑할 때, 그 사람만 봐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자기답게 살도록 도울지 생각합니다. 그게 사랑의 한 면이에요. 사랑은 나의 본성을 일깨워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봐요. 저도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랬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이끌려가고 있는가? 에식스로? 북해로? 만약 이 방향이 북풍이라면, 그래서 운이 좋으면, 우리는 프랑스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2013>

내가 사랑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 그저 세상에 있는 거예요.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매혹적인 감정이죠. 책 쓰는 걸 떠나서요. 물론, 책 쓸 때 중요하고요. 감상주의자는 아니지만, 저는 사랑이 최악의 고통을 준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힘든 고통이죠. 사랑이 시작되면, 그것을 빠지고. 느끼고, 말합니다. 이때, 제 경우는 영국 중심적 사고를 합니다. 여러분도 각자 소속된 사회에 입각해서, 그 시각으로 사랑을 볼 거예요. 다른 사회의 사랑이 어떤지 보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저는 사랑이 뭔지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보편적인 형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쇼스코타비치(스탈린 치하에 살다 간 작곡가)  자서전 보다가 생각이 바뀌었어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사랑의 마지막 날들이
여기에 남아있다.

당시, 러시아에서 사랑이 죽고 있다는 말이었죠. 러시아 문학 역사를 보면, 끔찍한 일입니다. 당대 사람들은 독재정권 아래에서 당을 사랑하라고 강요받고 있었습니다. 그 외 관계는 하찮게 여겨졌죠. 사랑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완전히 빼앗긴 겁니다.


두 번째 사례는 북한입니다. 탈북민의 자서전을 발췌했습니다. 서양인들은 로맨스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책이나 영화,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사랑을 배운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본보기가 없다. 그땐 그런 감정을 표현할만한 언어조차 없었다. 그저 사랑받는다고 추측해야만 했다. 상대방의 눈을 보고, 목소리 톤을 들으며 말이다.


저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는 데에 놀랐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북한의 사랑방식이 더 미묘하고, 더 복잡하지만, 이게 더 바람직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북한 방식보다 영국 방식으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상상력과 따스한 감수성에 감탄했다. 다른 작품도 차근차근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문학은 팍팍한 삶에 그저 한줄기 빛!… 논리로 구현되지 않는 마음이란 게 있다. 그걸 상상력으로 복원하는 게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BS 제작진은 은혜롭다. 줄리언 반스가 나와서 자신의 근황을 알려준다.


작가의 이전글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마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