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 >
아침볕을 쬐면, 기분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는 게 느껴진다. 다소 신나는 기분으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공원을 지나친다. 공원을 가로지르면,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선망의 대상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아침 8시에 볕 쬐면서, 개 산책시키는 이웃주민들이다. 그 시간을 자유롭게 멍멍이와 공유하고 있는 주민들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 멍멍이는 주인을 잘못 만나서, 이 시간에 산책을 못 하는구나… 가슴이 아프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지, 어느덧 삼 개월이 지나간다. 사랑스럽고 똑똑한 블랙 푸들이다. 개똥 치우는 게 귀찮기도 하다… (한편으로, 마당 없는 주인이라서 미안하다.)
어쩌다가 눈이 마주칠 때, 내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갸웃하면 멍멍이도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너의 눈에 비치는 나는 어떨까?
그래서 우리 집 개의 마음을 이해해보고자, 도서 하나를 골라봤다.
[개의 특별한 애정에 대한 과학적 탐구]
저자는 동물 행동 과학자이며, 그의 저술은 개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연구로 손꼽힌다.
개와 인간이 맺는 독특한 유대 관계에 대한, 신비로운 근원을 밝히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고 가장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시킬 수 있는 종(種)이다. 저자도 반려견을 키우며, 개에게 애정을 가지고 탐구해왔다. 그렇지만, 과학자로서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개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다고 증명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과학이라는 분야에 감정을 적용하는 게 우려된다는 말로 서문을 연다.
과학자로서, 동물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쉽지 않다. [사랑]이라는 개념은 과학 분야에서 쓰기에는 너무 감상적이다. 그 개념을 개에게 적용한다면, 개를 의인화할 위험이 따른다. 나는 재포스라는 개를 키우고 있다. 재포스를 키우기 전에도 개들이 사람을 대하는 반응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았지만, 감정적인 개의 특성에 대해 참고할만한 규격화된 틀이 없었다. 개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은 나와 같은 개 심리학자는 배척하는 개념이었다.
예컨대 진화는
자연선택의 결과물이며, 종이 변하는 과정이다. 개별 유기체는 다른 생물보다 더 잘 살아남고 다음 세대에 더 많은 자손을 낳을 수 있게 하는 서로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진화만으로는 인간의 가정에 함께 살아갈 친근한 반려동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자연 및 인공 선택은 확실히 동물의 전형적인 행동과 지능의 근거가 되어줄 수 있지만, 진화는 결코 개별적인 개의 독특한 인지 및 행동 꾸러미 (우리가 종종 개성이라고 부르는 것)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지금 개는 어떻게 발전한 종일까?
인류가 직립 보행을 하고 , 성격을 만드는 뇌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어떤 가축화된 동물도 태어나서 각자의 삶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가장 온순한 강아지조차도 어릴 때부터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다면 야생 동물이 된다. 생물학자는 우리의 진화 역사를 계통 발생으로, 개인적인 삶의 역사를 개체 발생이라고 명명한다.
>> 따라서, 개도 나름의 개성과 성격을 키울 수 있는 개체이다. 개를 이루는 건 유전적인 기질과 성장과정에서 겪는 상호작용이다. 또한, 갯과 동물의 개성은 인간 동반자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탁월한 요소이다. 탁월한 요소(초사회성과 친밀성)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타고난 생물학자였던 파블로프는 모든 행동을 반사 작용으로 설명했으며, 개들에게 관찰한 동반자의 필요성도 [사회적 반사작용]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파블로프보다 더 간단한 연구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개의 심박수 변화를 측정하는 대신에, 개의 행동으로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로 한다.
개에게 보상받는 2가지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1. 피실험견에게, 한 사람은 2분간 "잘했어" 칭찬해주고, 한 사람은 간식을 준다.
2. 피실험견에게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게 만든다.
>>개들은 쓰다듬거나 칭찬하는 것보다 간식을 더 선호했다. 즉, 간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연구 결과가 조금씩 달라졌다. 연구가 길어질수록, 간식 주는 사람보다 칭찬을 해주며 쓰담 쓰담하는 사람에게, 개들이 바짝 붙어있게 결과값이 변한 것이다.
에인스위스가 엄마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했다고 정의한 아이들은 엄마가 눈앞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을 탐험할 안전한 기반으로 엄마를 이용하면서 자유롭게 주변을 탐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불안정 애착관계'인 아이들은 종종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무관심해 보였고, 돌아왔을 때도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부는 엄마가 시야에 사라지면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토팔은 똑같은 애착 실험을 성견에게 적용했다. 토팔은 인간 아이를 위해 설계된 실험에서 개와 보호자의 관계를 평가하는 데도 효과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한 개는 보호자가 없어도 활발하게 방을 탐색하고 돌아다니며 놀았다. 보호자가 돌아오면 재회했다는 사실에 확실히 기뻐했다.
>> 그런데도 저자는 개의 감정에 회의를 품었다. 전 세계 개의 수는 총 10억 마리로 추정한다면, 그중 3억 마리가 가정에서 반려동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는 야외에서 살아간다.
예를 들어, 인도의 떠돌이 개는 잔인한 처우를 받고 있다. 그 개들은 인간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그 개들도 인간에 대한 애착을 느낄까?
떠돌이 개도 똑같이 실험을 해본다. 놀랍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과 친밀감을 형성했다. 결과값이 같았다.
개는 늑대과 동물이다.
유전학적으로 늑대가 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교성]을 밝힐 수 있을까?
연구원들은 유전자 중 하나가 개들의 최근 진화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선택되었음을 밝혔다.
유전자 WBSCRT17이, 개의 사회화 과정에서 변형을 불러일으켜 개와 늑대의 사회성 수준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 그렇지만, 개의 DNA는 운명이 아니다. 개가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이 유전자가 발현된다. 따라서, 강아지는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사랑 넘치는 개를 키우는 데는 관심과 애정, 즉, 온 마음이 필요하다.
[개와 인류의 관계]에 관해 생각하고 글을 쓴 최고의 과학자 중 한 명은 찰스 다윈이다. 다윈은 개들과 함께 지내며, 떨어져 있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5년 동안 세계일주 여행으로 떨어져 있게 된다. 5년 후에 찰스 다윈이 돌아왔을 때, 반려견이 주인을 알아보고 미친 듯이 반겨줬다. 고 그의 저서에 기록되어 있다.
행복한 개는 행복한 사람들처럼 편안하고 천진한 얼굴을 하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처럼 행복한 개를 골라내는 것도 쉽다.
과학자들은 개가 접근하고 싶은 대상, 즉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대상을 보면 꼬리를 오른쪽으로 흔드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개를 MRI 스캐너에 넣어서 /간식으로 인한 보상/과 //중요한 사람에게 곧 칭찬//을 받을 거라는 신호를 보여주었다. 개의 뇌는 음식보다 칭찬에 훨씬 강하게 활성화되었으며, 15마리 중 2마리만이 인간의 칭찬보다 음식에 뇌가 더 활성화되는 결과를 보였다.
>> 우리는 대다수의 개가 음식을 사랑하는 만큼 우리를 사랑한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서 우리 집 멍멍이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를 보면, 밥 안 먹어도 배불러? ( 감동 )
최근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개와 인간의 관계에서 주역을 맡은 특정 호르몬이 있음을 발견했다. 바로 빠른 탄생을 의미라는 그리스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은 헨리 핼릿 테일이 이 발견하여, 1955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옥시토신은 신경 펩타이드인데, 모든 친밀한 관계에서 폭넓은 역할을 한다. 이 옥시토신이 가장 잘 반응하는 부분은, 뇌에 복부 선조체이다. 복부 선조체는 이전에 MRI 실험에서, 개들이 인간에게 칭찬받을 거라는 신호를 보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이다. 선조라고 불리는 뉴런송이의 하위 영역인 이 소구역은 뇌의 보상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여러 종류의 행동과 관련이 있다. 선조는 옥시토신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 세포의 밀도가 매우 높은 뇌의 영역이기도 하다.
인간과 개가 서로의 눈을 바라볼 때, 옥시토신 수치가 치솟았다. 이 효과의 정도는 개와 보호자 사이 정서적 유대감의 강도에 따라 달라졌다. 키우는 개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은 사람일수록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졌다. 개와 더 많이 언어적 유체적으로 교감할수록 옥시토신 수치가 계속 증가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개들의 명백한 감정적 반응이 개인들 간의 가장 중요한 감정적 유대를 긴밀히 관여하는 두뇌 메커니즘을 증명한다.
책을 읽고, 개를 키우는 데는 애정과 관심이 필수적이구나 새삼 느꼈다. 친밀하게 오랫동안 시간을 쏟아야 서로 호혜적인 뇌파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옥시토신 분비하며 뇌로 스킨십하는 격이다.
유퀴즈에 강형욱 선생님이 출현했다.
유재석 씨가 묻는다.
Q, 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사랑해
Q, 그러면 개들에게는?
기다려
자녀분이 태어나고, 애정을 쏟는 순서와 태도가 달라져서, 개들의 양육이 순위권 바깥으로 밀렸다고 했다. 지키지 못한 약속도 많은데, 그렇게 13년을 함께 한 반려견을 떠나보냈다고 했다.
과학적인 실험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개에게서 받은 감정이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사랑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오늘따라 김광석 선생님의 [기다려줘] 라는 노래가 절로 떠오른다. 가장 숭고한 사랑의 형태는 기다림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 사랑을 돌려주도록 부지런하게 루틴을 만들어야 겠다. 그나저나, 8시에 산책시키는 이웃주민들 개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