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놈이면 ‘합격이’ 암놈이면 “pass”

가족이 생길 예정이다.

by 윤짱


아버지 돌아가신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오빠도 올해 결혼할 예정이라서, 우리 집은 엄마랑 나, 2인 가구가 될 예정이다. 나도 나가라는데, 그럴 수 없다. 재정능력이 안 좋아서 무조건 존버 타야 한다.


엄마는 항상 너네한테 안 기대고 산다고 다 떠나라고 한다. 그래도, 자식인데 왜 모르겠는가. 강하게 살아왔지만, 엄마한테도 노후는 처음이다. 예전에는 엄마가 잔다르크와 같이 강인한 여성으로 보였는데 이제는 소녀처럼 보인다. 조금만 감정선을 건드리는 질문을 던지면 지나온 세월이 생각나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신다. 누구에게나 젊음이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는 노후를 맞는다. 그리고 인생의 비중에 노년은 생각보다 길고, 힘겹고, 외롭다.


나는 엄마를 수영의 세계로 인도해드렸다. 동네 수영장에서 동네 친구도 사귀시고, 이제 수영도 제법 잘하신다. 여행길이 뚫리면 동남아 호텔 중 인피니트 풀이 있는 곳으로 예약해서, 엄마랑 전투적으로 수영하고 싶다.


오빠는 멍멍이 한 마리를 데려오기로 했다. 처음에는 질색팔색을 하면서 싫어하셨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설득한 결과, 올 여름에는 새로운 가족이 생길 예정이다. 자식들이 밥벌이는 제대로 하고 살까 근심을 안고 살아온 게 엄마의 과업이었고, 현재도 걱정은 진행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멍멍이 이름을 수놈이면 [합격이], 암놈이면 [패스]라고 짓기로 했다. 엄마의 품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헤르만 헤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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