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by 아메리카노


리뷰를 쓰기에 앞서, 퀸알못, 밴드알못, 음악알못, 임을 알려드립니다. 철저하게 서사 중심 후기




퀸이라는 유명 밴드의 실화를 다루었다고는 하나, 거의 한 남자의 일대기에 관한 것이었다.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는 이민자 출신이며 공항 수하물 노동자였다. 주목 받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거나 그럴 듯한 학력과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꿔나가는데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하필이면, 보컬이 그만 둔 그 시점의 록밴드를 찾아가 당찬 자기 소개를 하는 모습이 그랬다. 코트를 칭찬하며 작업을 걸었던 평생의 사랑, 메리를 향한 걸음이 그랬다. 메리는 그에게 뮤즈였다. 그녀는 존재만으로 프레디를 일으켜 세울 수도 노래 하게 할 수도 있었다. 남자와 여자로서, 프로포즈 반지까지 받았던 연인 관계를 끝냈어도 메리는 프레디의 곁을 평생 지켰다.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 해야만 가능한 관계,




밴드 이름을 퀸으로 정한 순간부터 그는 거침이 없었다. 타고 다니던 차를 팔아 앨범을 제작할 만큼 과감했다. 노래를 만들고 다루고 관객과 소통하고 밴드과 함께 음악을 하는 동안 그는 내내 빛이 났다. 아버지의 직업이 무엇인지 자신의 과거 이름이 어땠는지, 종교관이 어떻든지 양성애자든지 하나도 상관 없었다. 오로지 그는 음악으로 세상을 조련하고 있었다.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투자자 앞에서도 당당하게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라고 말하는 남자였다. 대중적인 음악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만큼 음악 팬들은 퀸에게 열광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라는 오페라 형식의, 밴드 음악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명곡을 만들어 낸 것은 그들 신념의 결과였다. 프레디 머큐리는 정말 하늘이 내린 음악천재였을까? 그가 걷는 방식이 다소 엉뚱하고 독창적임에도 불구하고 스타가 아닌 전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절대적으로 그를 신뢰하는 사람들 덕택이다. 밴드알못은, 만화를 통해 배운 바로는 그렇다. 밴드의 중심은 보컬이고 보컬은 밴드 내에서 가장 인물이 좋아야 하고 쇼맨십이 뛰어야 한다고. 퀸의 보컬인 프레디 역시 그러했다. 이기적인 여왕처럼 굴 때도 잦았다. 멤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래를 믿고 연주했다. 보컬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것은 연주하는 멤버들이었다. 프레디의 스타성만을 노리고 접근한 사람들에겐 '신뢰'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짧은 키스 후 사라져 가던 '짐'은 프레디에게 말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찾아 오라고, 위기는 자신을 잃어버렸을 때 온다. 하마터면 전설이 되지 못하고 외롭게 병에 묻힐 뻔한 그는,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도 인정 받는다.




음악 영화라고는 했지만 생각보다 영화 중간 중간 노래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기대했던 것만큼, 비긴 어게인이나 라라랜드처럼 스토리에 삽입 된 노래들은, 시작과 끝이 분명할 줄 알았것만, 아쉽게 몇 소절 나오다 만다. 물론 퀸의 음악에 대한 갈증은 영화 결말에 넘치도록 풀린다. 멤버들과 재회 후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찾은 프레디 머큐리가 쏟아내는 노랫말은 관객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퀸 생전,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도 마치 그들의 콘서트 장에 서 있는 것처럼 만든다. 살면서 결코 그들의 노래를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라는 어떤 리뷰를 본 적이 있다. 명백한 사실이었다. 하마터면 따라부를 뻔 했다.

당시 퀸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팬들은 그 밴드의 어떤 점에 열광했을까, 정말 그들 말대로 부적응자들이었기 때문에 부적응자들의 마음을 잘 알았기 때문에? 음악이나 미술이나 문학의 강점을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아마도 뿜어져 나오는 위로와 용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천재성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냥 부르는 대로 음악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러나 그냥 전설이 될 순 없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노래에 애정을 쏟았을 테니, 그의 음악을 듣는 동안만큼은 그 누구도 허투루 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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