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계산법

by 아메리카노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건 누구나 안다. 이해한다고 말해도 사실은 이해 못하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가끔 심하게 빈정 상하는 일에는 꼭 돈이 낀다. 스스로 치사하다 생각해 입밖으로 내지는 못하지만, 나의 가치관으론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있었다.



나는 돈보다는 꿈과 몸을 더 챙기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수입을 벌어 본 적이 없다. 그냥 운이 좋아서 간혹 분에 넘는 월급이 들어 온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노멀하게 번다. 대신 일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일할 뿐이다. 내가 조금 일하니까 조금 버는데엔 전혀 불만이 없다. 그렇게 번 돈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쓰든지, 철저하게 내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태클이 들어 올 때가 있다. 계산적이다, 라는 말을 듣는 게 몹시 언짢다. 나름의 방식으로 써야 할 곳에 쓰고 뺄 때는 빼서 저금하는 편인데, 그게 계산적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친구들 만나면 밥도 사고, 종종 해외 여행도 가고, 날 위한 값비싼 선물도 산다. 같이 일하는 사이에 커피도 사고,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간식도 쏘는데, 도대체 어디서 지나치게 계산적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조금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있다. 바로 교통비다. 나는 유난히 교통비에 몸을 사린다. 집에 편하게 쓸 수 있는 자가용이 있어도 자주 쓰지 않는다. 기름값보다 버스나 지하철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택시는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타지 않는다.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렇다고 몸을 혹사 시키면서까지 차를 아끼는 것 아니다.) 아무튼 혹자는 이동시 버려지는 시간이 더 값진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여유가 있다면 길에 교통비 아껴 다른데 쓰고 싶은 것이 내 생활 방식이다. 무엇보다 교통비는 아무리 써도 그럴듯 하지도 않은데, 의외로 뭉치면 큰 지출이다. 해서 아낀다고 그렇게 쫌스러워 보이는 태도인가? 이미 나는 일주일에 꽤 많은 시간을 길에 버리고 있다. 그래서 돈을 지출할 여유가 없다. 시간을 버리는 만큼 돈은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움직이는 200킬로미터는, 길에다 버리는 세 시간을 왜 대단하다 인정해 주지 않는 걸까. 더 이상 타협하고 싶지가 않다. 그저 나는 각자의 입장이 다른 것처럼 각자의 계산 방식이 다른 것을 받아 들여 주었으면 좋겠다. 서로 비난하거나 정색하는 일이 없기를. 점점 더 나는 빈말 투성이인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는지는 누가 됐든 터치할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제관은 정치관 종교관만큼이나 민감한 문제다. 관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쉽게도 나는 어른이 된지 오래다.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쓴 글이라니, 읽는 사람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어야 공감해줄 법한데. 차마 자세히는 못 쓰겠다. 너무 쪼잔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에 지나치게 많은 내 신상을 뿌릴 자신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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