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인정욕구

by 아메리카노


나는 숙제에 예민하다. 누군가 해야 한다고 미션을 내려주면 그것을 해결할 때까지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초중고 학창 시절 심지어 대학생때까지도 단 한 번도 과제를 밀려 본 적도 없고 수업 시간에 졸아 본 적도 없다. 누군가는 그게 뭐 대단한 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내 장점이라고 꼽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성실함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것이 자랑거리가 아니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했고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다보니까 생각보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았고, 하라는 걸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대의 그런 불성실한 행동들이 나에게 피해를 주거나 하지 않는 경우에도 나는 그것을 못 견뎌 한다. 꾀 부리는 것을, 나는 절대 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고지식하다고 생각할 정도인 내 성실 유전자가 간혹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는 어느 샌가부터 열심히 하는 나의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칭찬을 받고자 성실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대로 해낸 일에는 말 한마디 대가 정도는 받고 싶다.


사람에겐 누구나 인정 욕구라는 것이 있다. 정말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열심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일도 있을 거다. 그건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꺼내는 순간, 한 마디 듣고 싶어하는 셈일 테니까) 그러나 생각보다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하다. 나보다 잘난 사람, 아니 잘하는 사람에게 기 죽는 것이 당연한 거니까. 그 마음을 숨기고 싶어 뻗대는 거 나 역시도 그러니까, 그래도 적어도 남의 성과(?)는 그냥 가져가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오늘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불쾌해졌다. 이제 나는 과제를 해야 하는 어른이 아니니까, 온전히 내 시간과 내 노력으로 만들어진 하루니까. 내가 성실하게 사는 이유도 누구보다 인정 욕구가 강하기 때문은 아닐까,


기분 나쁘다 곱씹을 수록,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또 당하고 또 벗어날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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