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부로부터 나의 나라로,

by 아메리카노

덕밍아웃 제2탄이랄까 어덕행덕을 매일 실천하고 있는 요즘, 나는 대대적인 이사를 준비중이다.


나는 지난 번 글에도 썼지만 신화창조였다. 최애는 에릭오빠였다. (신창이었던 당시 행여나 실제로 보고 에릭! 이라는 반말을 사용하기 싫어서 평소에도 오빠를 붙여 사용했음) 아무튼 15살 때부터 에릭오빠는 나의 전부였다. 지금이야 가장 신화 내에서 인지도가 좋은 편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가장 팬수가 적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할 때도, 같이 에릭오빠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의 나는 천리안 팬클럽이었던 NL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심지어 정보부장이라는 임원직도 맡았었음) 그때 닉네임이 [애기봐문정혁]이었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유치하기 짝이없는데 덕질에서 닉네임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다. 누구 부인, 누구 아내, 누구 여친은 그냥 우스개 소리고 진지하게 날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필요했다. 엄청 고심하고 고심하고 다른 사람과 최대한 겹치지 않게 수많은 팬들 사이에서 그런 단어를 조합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내 모든 각종 사이트 아이디는 aveceric이다. avec라는 단어는 불어로 ~함께, 넓은 의미로 동반자라는 뜻이 있는데 발음도 좋고 붙여 썼을 때 예뻐서 만들었다. 이후 거의 이십년 가까이 뭘 가입해야 할 일이 생기면 저 단어를 썼다. 나의 각종 기기 비밀번호 통장 비밀번호도 에릭오빠와 관련된 숫자와 알파벳 조합이다. 그만큼 에릭오빠는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고 잊지 못할 사람이었다. 나의 전부, 라는 단어가 찰떡일만큼 (나의 전부는 에릭오빠 자작곡에서 따온 단어이기도 했음)


덕질이 행복한 것은 일상의 괴로움을 단번에 날려준다는데 있다. 저마다 스트레스 해소방법이 다르겠지만 한 때 나는 에릭오빠만 보면 모든 근심을 잊었다. 나중에 시집가도 평화의 방을 마련해서 에릭오빠 브로마이드로 도배할 것이라는 말도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근데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이 조금씩 사라졌다. 아마도 그가 결혼을 했기 때문이겠지, 나의 아이돌이 결혼하는 것까지 보다니 나도 어지간히 늙었다.


암튼 서론이 길었는데 요지는 이제 나는 나의 전부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하고 싶어졌다. 요즘 내 하루는 정국으로 시작해 정국으로 마무리 되고 있기 때문이다. 눈 뜨자마자 눈 감기 직전, 틈만 나면 나는 JK생각 뿐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돌에게 이렇게 마음을 빼앗길 줄이야,



내 휴대전화 폴더에 마련된 JK의 공간, 늦덕이라 수집할 사진이 엄청 많고 쏠쏠함



영상도 저장해 두고 보는 중 데이터가 무제한이 아니라, 와이파이가 아니면 힘들다 하핫, 뭔가 잠시 잠깐 기다리는 동안 보기 딱 좋다.


사실 늦덕이라 이미 초기 팬들이 보면 우습기도 할 테고, 심지어 난 나이도 많아(?) 조용 조용히 좋아하려 했지만 이미 빠순이 DNA를 타고 난 터라 요란스러운 주접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본격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나름의 도전중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트위터이다. 요즘 애들(?)은 덕질을 트위터로 한다기에 공부하는 중, 사실 트위터라는 것도 예전 에릭오빠가 자기는 SNS 트위터 밖에 안 한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어떻게 할 지 몰라 때려쳤다가 다시 다운 받았다.


그래서 이 글의 요지는 무엇이냐면 새로운 덕질에는 새로운 닉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맵쏠온 콘서트 온라인 입장할 때 닉네임이 필요하다고 해서 엄청 열심히 고민했다. 왠지 그런 단어에 민감한 직업병(?) 같은 것이 있어서, 고심 끝에 만든 것이 바로 '나의나라전정국'이다. 팬덤이 커서 똑같은 게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일단 콘서트 입장과 위버스에 무사히 안착했다. 이미 사용중이라고 안 떴으면 된 거 아닐까 소심함




트위터에도 적용해봤다. 트위터는 영어 아이디도 예쁘게 만들고 싶어서 주변의 조언도 구했을 정도,


그래서 결론은 나의 전부였던 에릭오빠를 떠나 나의 나라 전정국으로 이사를 한다는 것이다. 비밀번호도 아이디도, 조금씩 바꿔야지 그치만 참으로 790216에서 970901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여간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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