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들이 현생을 혐생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까지 혐오스러울까, 헌데 막상 내 일상이 혐생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것보다 와닿는 단어는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현재와 혐오, 고작 받침 하나의 변화로 그것만큼 찰떡같은 표현을 만들어 낼 순 없으리라.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집순이스타일도 아니기에 출근하는게 극도로 싫었던 적은 별로 없다. 물론 오전에 나가는 것은 괴롭지만, 오후에 모든 바이오리듬을 맞춰 살아 온 지 오래라 정오 이전엔 뇌도 안 깨어있다. 피곤하고 졸려도 막상 나가면 언제나 오늘이 처음인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 그게 성격인지 아님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정말 잘 맞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하루를 버틴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보내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새벽부터 지금 딱 죽고 싶다, 진짜 내가 웬만하면 죽고 싶다고 생각 안하는 사람인데! 지금부터 지껄이는 모든 말들은 열받아서 나오는 의식의 흐름이라 엉망진창일 수 있음, 주의
휴무 3일동안 진짜 침대에서 자는 시간 외에 뒹굴어 보지 못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키보드랑 마우스만 겁나 움직였다. 나는 마우스를 오래 클릭하면 손가락이 저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진짜 왜 일이 안 끝날까, 내가 미리 안하고 논거야? 베짱이처럼? 아님 갑자기 일이 쏟아 진거야? 아니 그렇다 쳐도 왜 내가 집에서도 일해야 하는거지 근무시간으로 쳐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돌아버리겠네 하, 어제 새벽엔 진짜 욕하고 싶어 죽을뻔, 얼마나 억울했냐면 새벽에 게임하고 있는 동생 머리채도 잡고 싶었다. 나는 지금껏 제대로 쉬지도 않고 일했는데 그거 뭐 상사가 얼마나 괴롭힌다고 고작 일 년 다니고 때려쳤는지 울화통이 터졌다. 내가 멍청해서 참고 사는건가,
내가 성실한 것도 싫고 내가 첫째인 것도 싫고 지금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싫어졌다, 현생이 혐생이 되어버린거다. 정말 집에서는 쉬고 여가를 즐겨야 하는 곳 아닌가 왜 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아직 남은 일을 생각하면 초조하고 불안하다. 나는 이번 휴무일에 책 한 페이지도 펴보지 못했고 신춘문예에 낼 문장 하나 적지 못했다. 이게 사는 건가,
물론, 이런 기분이 매일매일 지속된다면 정말 혐생이고 모든 걸 내려놓아야겠지 하지만 난 나를 안다. 이 기분이 가시면 또 열심히 웃으면서 할거라는 걸.
암튼 현생이 혐생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조금이라도 쉴 틈 없이 일이 몰아치면 그 순간부터는 혐생이다.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이 하루에 최소 한 시간 이상은 보장되어야 한다. 원래 아홉 번 못해도 한 번 잘해준 건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