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것

by 아메리카노


사진 찍는 걸 좋아해 사진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중학교 2학년때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꿈은 그 시절에 갖게 된 듯) 특별활동으로 사진부를 택했다. 1-3학년이 함께 어울려 한 달에 한 번씩 사진을 찍기 위해 학교 근처를 돌아다녔다. 어떤 카메라를 썼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은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누군가 악기 연주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흑백 필름으로 인화를 했고, 그 사진은 학교 축제 전시회에 걸 작품으로 채택됐었다. 특별활동 선생님께서, 상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3학년의 수상 성적을 위해 (당시 우리 지역은 고교입시 비평준화 지역이었고 내신 성적이 중요했다) 양보하자는 말을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사진 동호회 카페에 가입은 했는데, 비싼 카메라를 살 자신이 없어서 한 번도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 한 적은 없다. 그저 색감이 좋은 디지털 카메라를 사, 여행지에서 좋은 풍경을 찍고 좋아하는 아이폰으로 몇 년째, 이런 저런 일상을 찍고 있다. (인스타 업로드용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사진 찍는 걸 참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난 남자친구들과 찍은 사진들이 수두룩한데, 헤어질 때마다 이것만큼 난감한 것도 없다. 편지야 글이니까, 그냥 추억으로 남겨둘 수 있지만 사진만은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다. 디지털 파일은 삭제하면 그만인데 인화된 건 도대체 어찌 해야 할 지, 사람 얼굴이 찍혀 있으니 함부로 찢기도 태우기도 애매하다. 그렇게 많은 연애를 한 것도 아닌데 사진 수는 왜 이렇게 많은지, 그리고 왜 전 남친들은 모두들 포토 앨범을 선물로 주었는지, (연하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선물인건가)


방을 닦고 서랍을 정리하고 다신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다음 연애가 언제가 되든 사람은 찍지 말아야겠다는, 혹은 인화만큼은 절대 하지 말자는 약속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좋아하는 여자의 이별 후는 이런 것들이 참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경험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