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펜 색칠북이라고 파는 게 있다.
하얀 종이에 물을 묻히면 숨겨진 그림이 드러나는 신기한 책이다.
어제 윤띠띠(4세, 아들)와 물펜 색칠북 놀이를 했는데
그의 시각으로 고전 미술을 재해석하는 대화가 즐거웠어서 몇 개 기록해 본다.
"어, 이건. 추운데 숲에서 이불을 덮고 자는 사람들이야.
근데 왜 밖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지?"
구스타프 클림트 <숲에서 노숙하는 사람들>
'꽃으로 된 이불'이라고도 했다
"아줌마야."
"그런데 눈썹이 없네?"
"그건, 화가 잔뜩 나서 다 빠진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화가 잔뜩 난 아줌마>
'옷을 다 벗고 바구니에 들어 갔어' 라고도 했다.
"이건, 형이야."
"그러면 이건 뭐야?"
"이거는. 파란 팬티야."
요하네르 페르메이르 <파란 팬티를 뒤집어 쓴 형>
나중에 '언니 같아'라고 정정했다
"아저씨들이야."
"뭐하고 있는데?"
"청소하고 있는 거야."
장-프랑수아 밀레 <청소부>
몇 차례 다시 물었으나, '청소하는 아저씨'로 확고했다
"얘는 친구야."
"밑에 있는 아이는?"
"얘도 친구야."
"그럼 위에는?"
"친구라고 했잖아."
"키가 더 큰데?"
"그러면, 엄마 친구야."
오귀스트 르누아르 <엄마 친구와 그냥 친구>
엄마의 친구인지 엄마같은 친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으아-! 괴물이다!"
"아름답게 춤을 추는데?"
"으아-! 춤추는 괴물이다!"
에드가 드가 <춤추는 괴물>
뒤에 불이 난 것처럼 보였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