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소화불량
까스 활명수.
우리 집 생필품이다. 알약 소화제도 빠트려서는 안 된다.
나는 자주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한참 먹다 보면 갑자기 명치 아래가 묵직해져 오면서 '아, 또...' 탄식이 섞여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중고등학생일 때부터 잘 체했던 것 같다.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은데 나의 소화 기능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우리 집 내력 중 하나가 가족 모두가 소식좌이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더부룩하거나 쉽게 체해 버린다. 그래도 과식을 했다면 이해나 가지. 그냥 왜 체했지 싶은 날도 부지기수다.
까스활명수를 먹고 쑥 내려가 주면 그래도 감사한 날이다. 그래도 안되면 소화제 두 알을 먹는다. 소화제를 먹는 일까지 갔다는 것은 한 번 먹어서는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어도 두 알씩 세 번은 먹어야 낫는데, 저녁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새벽에 큰 시련이 찾아온다.
자는 동안 배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그 바람에 나는 새벽에 잘 자다가 배가 아파 깨게 된다. 약 먹고 새벽에 아픈 배는 정말 찢어지게 아프다.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누워 있다 또 배가 아프고 뒤척이다 또 또 배가 아프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탈진 상태로 멘탈이 탈탈 털린 채 꿀잠에 빠져든다. 다음 날이 쉬는 날이면 백번 다행이지만, 등교를 하거나 출근을 해야 한다면 그냥 영혼이 빠진 채 몸뚱이만 걸어 다니는 셈이다. 잠도 쏟아지고 먹은 건 없어 배는 고프지만 쉽사리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전날 밤, 그 개고생을 했기 때문에...
임신했을 때는 다행히 체하는 법은 없었다. 잘 먹고 많이 먹고, 먹고 누워있고! 인생에서 가장 걱정 없이 마음껏 먹었던 순간이다. 덕분에 24킬로나 체중이 불어나 매번 병원에서 혼이 났지만...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했으니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건강검진을 받아도 다행이지만 아무 문제가 없고 체하는 것 말고는 딱히 어디가 아프지도 않아서 도대체 왜 이런 건지 알 길이 없다. 맛없는 걸 억지로 먹는 편도 아니고, 과식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다.
20대 때야 꽉 끼는 옷을 자주 입어서 옷 때문이다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망할 스키니진) 그런데 지금은 옷도 편하게 입고 회사에서도 밥 먹고 시간이 되면 꼭 걷다가 들어가는 데도 가끔씩 소화불량에 시달리는데, 정말이지 스트레스다.
얼마 전에도 저녁으로 겨우 이삭 토스트 하나 먹었는데, 계속 멀쩡하다가 자기 직전에 갑자기 명치 부근이 무거워지더니 결국 약을 먹고 잠을 청했다. 그날 새벽에도 고생 고생을 했고,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해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도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 싶다. 앉아 있을 때 자세가 안 좋은 건지 예민한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러는 건지, 기름진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건지.
이유만 알면 열심히 노력할 텐데...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