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탈출 카페

감개무량

by 유긍정


나는 퀴즈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우리 남편과 아들은 게임을 또 굉장히 좋아한다.

방탈출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 너무 재밌을 것 같다며 좋아했다. 많이 가 보지는 못 했지만 갈 때마다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열심히 문제를 풀고 모든 문제와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 동호회도 들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정종연 PD의 노예인 나는 이번에 넷플릭스에 ‘데블스 플랜’을 보고 다시 더지니어스를 정주행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대탈출도 다시 봐야지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 생각이 든 게 딱 추석연휴쯤이었고, 아들도 이제 많이 컸고 최근 수수께끼에 푹 빠져있는 초1 아들과 함께 가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들에게 물어보니 너무 좋아했고 고맙게도 방탈출카페에 가는 날을 학수고대했다.




오랜만에 가려니 두근두근 했다. 시간 안에 잘 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테마가 ‘생존자(전쟁에서 혼자 살아남은 군인)’이었기 때문에 어린 아들이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눈을 가리고 드디어 방에 입성!


첫 번째 방은 나름 수월히 문제를 풀어냈다. 초반에 문제를 맞혀 가방 한 개를 얻게 되었다. 그때 두 개의 물건이 들어있었는데 내가 다른 한 개는 미쳐 못 보고 한 개만 가지고 다른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아들이 “엄마! 여기 또 뭐가 들어 있어!” 하며 물건을 가져다줬다. 큰 도움이 되는 물건이었고 나와 남편이 계속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고맙다고 하니 아들의 어깨가 우쭐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방을 탈출할 때까지 초1에게는 상당히 풀기 어려운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하고 본인도 문제를 풀어 보려 갖은 애를 쓴 것 같다. 아니었으면 시간제한이 있다 보니 엄마 아빠가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해 줄 수도 없을 노릇이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초반에 물건 하나를 찾아 준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두 번째 방부터는 사실 우리도 어리바리했고 문제도 어려웠던 건지 뭔지 힌트에 의존해 풀어냈다. 탈출했을 때도 몰랐는데 시간도 초과 됐었다. 감사하게도 사장님이 탈출 성공으로 봐주셨다. 시작하고 40분 정도가 지나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아들이 옆에서 열심히 하는 건데도 “조용히 해봐 봐.” , “아빠 가서 도와줘 봐.” 라며 방해꾼 취급을 해 버렸다. 내가 같이 가자고 꼬셔 놓고는… 참 미안했다. 그래도 방 탈출에 성공했고 아들은 너무나도 좋아했다. 다음에는 다른 테마도 도전해 보자며 집에 돌아오는 내내 즐거워했다.





아들이 어느새 이렇게 커서 엄마의 취미 생활? 도 함께 해주고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물론 다음에 방탈출카페를 또 함께 가자고 한다면… 흠… 조금 더 머리가 크고 나서 가면 좋겠지만 난이도를 가장 쉬운 단계로 한다면 같이 문제를 푸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내가 테마를 좀 더 신중하게 골랐다면 아들도 조금은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


그래도 한 건 해서 즐거운 녀석. 하루종일 그 얘기다!!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친구 같은 모자 관계로 지내는 게 내 소원인데, 앞으로 이렇게만 커 주면 소원이 없겠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엄마인 나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해보자!


친구 같은 모자 사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 운동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