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아빠의 장례식이 끝난 뒤, 한 가정에 맡겨졌다.
'위탁 가정'이라고 했다.
만 18세가 되어 자립할 때까지 보호받을 집이었다.
보호가 종료되면 떠나야 하는 가정과 식구들.
잠시 빌려 쓰는 가족.
그곳에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위탁 가정에서 자라 한 때는 자립 준비 청년이었던, 작가 본인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가정위탁이란 보호대상아동의 보호를 위하여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정신질환 등의 전력이 없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가정에 보호대상아동을 일정 기간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모유진 작가는 11살에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신 후 위탁가정에 맡겨지게 된다. 그곳에는 세 언니와 동갑내기 남자아이가 이미 살고 있었다. 언니들은 예민했고, 사랑을 듬뿍 받고 있던 아들은 마치 다른 별에 사는 존재 같았다. 그곳은 마음 붙일 곳도, 혼자서 편히 쉴 곳도 없는 그런 곳이었다.
어린 시절은 아버지는 도박장, 경매장, 술집, 다방 등을 전전했다. 그래서 모유진 작가는 주로 다방이나 아버지의 지인 집에 맡겨졌다. 그곳에서 지내면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나름대로 얻은 것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산 큰엄마, 음악 학원 원장님, 목사님 등 좋은 어른들을 만나 지금의 모유진 작가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것 같다.
다재다능한 그녀. 글도 잘 쓰고, 노래도 잘한다. 성악이 하고 싶어 음대 입시를 힘겹게 준비해 멋지게 대학 입시에 성공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지쳐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자퇴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기도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본인은 아마 이런 말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한다.
"최고가 아니어도 너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다양한 재단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님. 살아오면서 어떤 부분들이 자립청년들을 힘들게 했는데, 이 나이대에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알맞은 정책이나 주변 인식 등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자원 활동을 이어나가고 훗날에는 <자립준비 청년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작가님이다. 현재는 '아라보다 공방 카페'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서점에서 다른 책을 사려고 계속 들고 서점 안을 구경하다 계산하기 직전에 이 책을 한번 훅 훑어보고는 바로 바꿔 집어 집으로 가져온 책이다. 궁금했다. 전에 기사로 뉴스로 몇 번 들어 보긴 했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책을 읽다 보니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 <거인> 최우식 배우가 주인공인 독립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위탁 가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이 영화 역시도 꽤나 임팩트가 셌다. 내 이야기를 온전히 내 편에 서서 들어주고 지지해 주는 '한 사람'이 없는 어린 10대 친구들. 생각해 보니 책 속의 글과 영화의 장면이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나는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어떤 지원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도움이나마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 최근 뉴스들을 찾아보았다. 이렇듯 나와 같이 이 책을 읽고 조금씩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이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작가님과 같은 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홀로 자립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세상을 배우고 주변 어른들의 지지를 받으며 단단해져 건강하게 자립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어린 나이에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끔 우리 어른들이 많이 지지하고 응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