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체험
치과는 참 언제 가도 적응이 안 되는 곳이다.
들어서자마자 나는 치과 특유의 냄새. 그리고 그 속에서 귀에 때려 박는 윙윙 거리는 기계 소리들.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게 만드는 분위기다. 마치 공포 체험을 하러 온 듯한 기분까지 든다.
하지만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가게 되면 공포감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치료가 길어지기도 할 것이고 무엇보다 치료비. 이것이 정말 공포 그 자체다.
한참 치료를 다니던 중, 코로나가 터지고 치료를 중단했다.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 가려고 했던 것이 미루고 미뤄 근 5년 만에 가게 되었다. 이미 충치는 진행될 대로 됐을 것이 뻔하니 임플란트까지 각오하고 갔다.
예상했던 대로 충치는 깊었고, 장기 치료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임플란트와 신경치료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브릿지라는 보철 치료를 해야만 했다. 동네 친한 언니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 "내 입 속에 샤넬백 있다."
- "훗, 그럼 나는 에르메스."
다들 이러고 산다는데, 참 이 시답지도 않은 대화가 재밌게도 나에게는 위로가 됐다.
야간진료가 없는 동네 작은 치과. 매번 반차를 써가며 치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회사 근처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떠냐며 제안을 했지만, 이 동네 살면서 겨우 적응한 치과이며 의사 선생님 치위생사님들을 다시 적응을 한다는 게 덜컥 덥이 났다. 게다가 내가 이 치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어린이 치과 못지않은 상냥함의 의사 선생님 때문이기에... 진짜 여차하면 아들이랑 같이 어린이 치과를 다닐 뻔했다.
어금니 깊숙한 곳이 썩어서 그 긴긴 시간의 강도 높은 치료를 받느라 찢어져 버린 내 입, 두 달 동안 치료 때문에 오른쪽으로는 씹지 못해 늘 아픈 왼쪽 턱, 아직 적응이 안 되는지 맨날 음식 씹다 함께 씹어 버리는 오른쪽 볼. 정말 다시는 충치를 방치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과연... 몇 개월이나 갈지 두고 볼 일이지만 말이다.
3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는 어른이라면 어른인 내가 고작 병원 가는 게 무섭고 두렵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면 좋겠다. 만약 나만 이런 거라면 내가 너무 하찮게 느껴지니까... 그래도 이게 나인걸 어떡할까.
치과의 기계 소리가 무음이면 좋겠다. 마취 주사가 덜 아프면 좋겠다. 치과 특유의 냄새가 향긋한 꽃 향기면 좋겠다. 아니, 그냥 이 참에 이가 썩지 않는 치약이 개발되면 좋겠다.
하, 드디어 다음 주 토요일이 마지막 진료다. 그냥 이 모든 희망사항이 미래의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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