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난지 공원, 길냥이
아들의 요청으로 한강에 다녀왔다. 우리 부부는 삼겹살이 간절히 먹고 싶었으나, 오늘 저녁은 꼭 한강 라면이 먹고 싶다는 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5월의 한강은 말이 필요 없다. 그냥 정답이다. 날씨 또한 덥지도 춥지도 않은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토요일 오후였다. 돗자리를 챙겨 편의점 근처의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편의점을 털어 와 한강의 낭만을 즐기며 인스턴트 식사를 즐겼다. 비스듬히 누워 배불리 먹은 배를 쓰다듬다 산책을 좀 해야겠다 싶어 나는 아들과 둘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고양이 한 두 마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딱히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유유자적 가던 길을 가는 고양이들이 너무나도 귀엽다. 주변 사람들이 사진을 찍든 말든, 야옹아 나비야 하고 부르든 말든 관심이 없다. 시크한 고양이의 자태 그 자체다. 그러던 중, 끝판왕이 나타났다.
한 남매분들이 앉아계셨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벤치 위에 쓱 올라앉더니 그렇게 자리를 빼앗아 버렸다.
자, 이제부터 고양이는 모델이다. 내 카메라를 정확히 응시하고 있는 저 자태를 보아라.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사람들의 셔터 세례가 익숙해 보였다. '인간들아 나를 찍어라.' 하는 것만 같았다. 나와 아들이 옆에 앉아서 찍어도 별 반응이 없었다. 아들이 이름도 지어줬다. '호두'. 다음 주에 츄르를 챙겨서 또 오기로 약속했다.
올 가을부터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정한 우리 가족은 요즘 부쩍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나가는 고양이들만 봐도 내 새끼 보듯 사랑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한 마음이 든다. 아들은 혹여나 간택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호두야 집에 가자! 호두야! 나비야! 고양아!" 하며 애타게 고양이가 따라오기를 바라며 불러 보았지만, 전혀 미동도 없었다. 역시 고양이에게 간택받는 일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저 위의 고양이는 사실 임신 중이었는데, 안전하게 잘 지내다 무탈히 출산을 하고, 작고 소중한 아기 고양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빌어 본다.
다음 주말에도 호두를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