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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풀러 가는 네일샵?

by 유긍정


'ENFJ'


내 MBTI이다.


저것으로 내 성격을 다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어찌 됐던 나는 외향인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고 별로 어색하지 않다. 그렇지만 모든 상황에서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미 글의 제목에서 알겠지만, 네일샵에서의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1. 네일샵 직원과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
2. 그냥 조용히 필요한 말만 주고받고 네일만 받고 오는 사람


나는 사실 2번에 가깝다. 물론 가끔 흥미로운 주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웃고 즐기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늘 시간에 쫓겨 사는 나로서는 어지간하면 그냥 멍 때리며 뇌를 쉬고 오고 싶다. 네일샵 직원분들도 분명 이 대화 때문에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고객이다 보니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얼마 전, 늘 가던 동네 네일샵에 패디큐어를 받으러 갔다. 새로 들어온 젊은 직원분이 맡아주셨는데 너무 싱그럽고 풋풋한 분이셨다. 생글생글 웃으며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 발톱에 관한 얘기라서 그냥저냥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이 외에도 끊임없이 질문 세례가 펼쳐졌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보는 드라마가 있는지, 연예인은 누구를 좋아하는지, 또 최근에 그만두신 직원분의 뒷담화까지... 나중에는 미안하지만 일부러 단답형의 대답을 했는데도 새 직장에서의 열정이 넘치는 탓인지 패디큐어가 끝날 때까지 꺼지지 않는 텐션으로 나를 응대해 주셨다.


그런데 내가 이 날 유난히도 텐션이 높았던 날이라면? 혹은 조금 더 찐 외향형의 사람이라면? 저 직원분과의 대화가 즐겁고 2시간에 가까운 그 시간이 계속 화기애애했을지도 모른다. 분명 직원분도 단답으로 일관하는 나 때문에 고생깨나 했을지 모른다. 이제 막 이 일을 시작하셨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열심히 해 주셨다. 어쨌든 결과물도 아주 맘에 들었다. 다음에 샵에 방문한다면 그래도 조금은 더 즐거운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은 마음이다.





따끈따끈한 오늘의 이야기이다. 오늘은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네일샵에 다녀왔다. 회사 친한 언니의 추천으로 처음 가 본 곳이었다. 1시간 안에 케어와 컬러까지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앉자마자 분주하게 일을 시작하셨다. 아무래도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빠른 손놀림을 보여주셨다. 오늘은 반대로 내가 "손이 참 빠르시네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뭔가 말을 걸면 흐름이 끊길 것 같은 기분에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 안에 충분히 끝날 수 있을 것 같아지자, 조금씩 말을 건네셨다. 스몰토크를 조금 나눈 후 가게를 나왔다. 딱 오늘정도의 대화가 좋았던 것 같다. 처음에 손톱 모양 기장 컬러 등의 필요한 이야기만 나누고 서로의 시간에 집중한 뒤, 마무리할 즈음에 스몰 토크! 이 정도의 대화.


이번 결과물도 아주 맘에 들었다. 화이트 그레이의 시럽 젤네일. 회사 친한 동생이 "예쁘다. 구름색이네!"라고 말해주었는데 표현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네일샵은 아쉬운 점 없이 완벽했다! 빠르게 해 주신 덕분에 삼각김밥까지 먹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올여름에 한 패디와 네일. 꽤나 상반된 직원분들께 케어를 받았다. 그래서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그저 내 손이 예뻐지기만을 기대하고 가지만, 다른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말 못 할 이야기를 털어놓고 올 수도 있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올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 정말 문득 궁금해지고 갑자기 든 생각이었고, 별일 아니긴 한데 괜히 글까지 쓰고 싶어졌다.


아, 그리고 또 다른 회사 동료에게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언니, 그런 색깔 할 거면 집에서 투명이나 발라요."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며 예뻐진 내 손톱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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