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요즘 같이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이면 자주들 쓰는 말이 있다.
‘날씨 요정’
어딜 가든 그 사람이 있는 곳은 날씨가 맑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날씨 요정과는 정반대로, 내가 있는 곳은 늘 비가 온다. 항상 나는 비를 몰고 다니는 ‘비의 요정’이라고 얘기하곤 했는데 속상하게도 ‘날씨 요정’의 반대말이 ’ 날씨 요괴‘라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아니 어디 갈 때마다 비 오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요괴라니요… 거 참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날씨 요괴’ 말고 내가 쓰는 ‘비의 요정’이라는 예쁜 말이 새로 유행하면 좋겠다. 비의 요정들이여 일어나라!!!
우리 가족은 지금 여름휴가 중이다. 조금은 늦은 7월에 급히 예약을 하긴 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숙소를 구했고 하루빨리 휴가날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일인가! 태풍소식에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날씨를 확인했다. 전 지역에 태풍 피해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우리 가족의 올여름휴가도 무사히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겨우 하루차이로 태풍은 지나갔고, 우리가 강원도에 도착했을 때 비는 말끔히 그쳐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에는 수영장이 있었는데, 온천수에 온수 풀장이었다. 사실 블로그를 보고 이미 알고 있었는데 덥다는 평도 많았기에 걱정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황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으로, 비가 막 갠 뒤였기에 날씨는 조금 쌀쌀했고, 온수 풀장은 너무나도 나이스했다. 해가 질 때까지도 따뜻한 물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초여름이나 늦여름에 물놀이하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는 오래된 콘도였고, 마치 내가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휴가 왔을 때가 떠오를 정도의 컨디션이었다. 연식이 느껴지는 오래된 숙소였지만 깨끗했고 위치도 좋았다. 그중 단연 최고였던 것은 경치였다. 울산바위가 코 앞에서 보였고, 산으로 둘러 쌓인 숙소는 어디서 보아도 절경이었다.
비의 요정인 나는 올여름휴가도 비와 함께 하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직접적으로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의 영향권 안에서 해를 보지 못한 채로 여름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아무렴 어떤가! 즐거우면 됐지! 좋은 추억만 많이 만들면 됐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나 지역주민들이 꽤 많이 계신다. 요 며칠 뉴스로 기사로 계속 보고 있는데 피해 입으신 모든 분들 빠른 복구되길 바라며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오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