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도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잘 말해주지 않는다. 딸내미들은 참 미주알고주알 잘도 얘기해 주던데, 아들들은 왜 그럴까? 물론 알아서 잘해주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엄마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내 눈에서 보이지 않는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가 자꾸 궁금해진다. 이런 궁금한 마음도 아이가 성장해 가면서 점점 덜해지겠지…
학교 이야기라고는 치사하게도 화장실에서 큰일 볼 때만 해주는 (혼자 앉아 있기 무서워서) 우리 아들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내 옆에 찰싹 붙어서는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나도 줄넘기 잘했으면 좋겠어.”
“무슨 일 있었어?”
“응. 어떤 친구는 한 번에 100개도 넘게 하고, 어떤 친구는 엑스자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2단 뛰기도 해. 나도 잘하고 싶어. 나는 겨우 10개 밖에 못 해.”
“그 친구들 혹시 줄넘기 학원 다니는 친구들 아니야? 그리고 아들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아들은 수학 문제를 엄청 빨리 풀잖아. 사람마다 조금씩 더 잘하고 못하는 게 있을 수 있어. 너무 속상해하지 않아도 돼.”
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실 내가 뭐 오은영 박사도 아니고 또 육아에 정답이란 없지만 이런 속상한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친구와 다툼이 있었을 때 어떻게 말을 해줘야 좋을지 참 고민이 된다.
줄넘기만 해도 그렇다. 아들은 근육이 조금 약하게 태어나서 저 열 번의 줄넘기도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정말 잘했다고 손뼉 치며 기뻐해 주었는데, 친구들과 비교하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기도 하고 앞으로 내가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 나가야 할지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만들었다.
혼자 복잡한 기분에 빠져 있는데, 아들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엄마, 나도 줄넘기 1등 해서 은채한테 잘 보이고 싶어. 내가 줄넘기 10개 밖에 못해서 은채가 나 이제 안 좋아하면 어떡해? 나 그래서 창피하고 속상했어. “
그랬구나… 그래서 속상했구나.
우리 아들 여자친구 앞에서 멋진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속상했던 거구나? 이제야 알았다. 아주 잘 알았다…!!
꼬꼬마 8살인 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이유를 끝까지 다 듣고 나니 어쩐지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마냥 내가 못하기만 해서 속상했다기보다는,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속이 상했다는 마음은 그래도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들, 너는 은채가 줄넘기 못하면 안 좋아할 거야?"
"아니"
"은채도 똑같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 엄마도 줄넘기 잘 못 하는데, 이따 저녁 먹고 엄마랑 같이 줄넘기하러 나가 볼까?"
"좋아!"
다행히 이번 줄넘기에 대한 고민은 잘 넘어간 것 같다. 잘 못하더라도 엄마와 함께 줄넘기 연습을 하는 시간이 좋았던 모양이다. 태권도에서 연습하게만 두지 말고 진작 함께 해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짠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열심히 줄넘기 연습을 하는 아들을 보며, 잠시나마 홀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육아의 세계란 정말 멀고도 험하고 어렵고 또 어려운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이면 이제 다 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몸이 조금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진학을 하니, 또 다른 육아의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다.
어떤 행동에 했을 때, 해서 안 되는 이유도 좀 더 명확히 설명해 주어야 하고 , 엄마가 해 주었던 일들을 혼자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고, 또 조금씩 공부도 시켜야 하고, 아직 직접 해 본 적은 없지만 성교육도 시켜야 하고, 이 외에도 앞으로 가르쳐 주어야 할 것들이 참 많이도 있다.
과연 내가 엄마로서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일단 아직은 그저 이렇게 밝고 건강하게만 커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