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
요즘 부쩍 아들이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른다. 친구들도 많이 키우고 있고, 산책 나온 강아지들을 보며 자기도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아직 8살이라 지금 강아지를 키운다면 강아지 케어는 오롯이 내 몫이 될 것이고, 게다가 반나절 이상 집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강아지 입양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크나큰 문제는 아들은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았고, 나는 아들이 10살이 되면 ‘기니피그‘를 키우는 것으로 협상을 마쳤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서 나는 내가 키웠던 우리 ‘바둑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그러다 보니 부쩍 무지개다리를 건너 저 하늘에 별이 돼 반짝이고 있을 우리 ‘바둑이’가 많이 보고 싶어졌다.
옛날 옛적 바야흐로 내가 초등학교 6학년, 13살이던 해에 우리 집에 귀여운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이 태어났다.
삼촌하고 같이 살던 시절이 있었다. 삼촌이 회사 회식이 끝나고 늦은 밤 귀가하던 중, 어떤 강아지 한 마리가 삼촌의 뒤를 졸졸 쫓아오더란다. 그래서 마침 가지고 있던 소시지를 조금 줬더니 결국 집 앞까지 쫓아왔고, 삼촌은 처음에는 가라고 가라고 손짓했지만 그 자리에 앉아 떠나지를 않더라고 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와 우유를 살짝 데워서 내어주니 핥짝핥짝 우유 한 그릇을 싹싹 비워냈다고 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그렇게 우리 집에 식구가 하나 늘었다.
‘금순이’
바둑이의 엄마이다.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도 이미 나이가 10살이 넘어있었고, 흔히 말하는 똥개였지만, 원래는 주인이 있었다가 도망친 건지 버려진 건지 수년간은 떠돌이 생활을 한 느낌이었다.(추측일 뿐이다.) 일단 우리는 동물병원에 데려가 모든 예방접종을 마치고 우리 집 막내로 금순이를 맞이했다. 금순이는 굉장히 똑똑했다. 이미 똥오줌을 가리는 상태였다. 산책 나갈 때 밖에서만 배변을 보았다. 기다리라는 말도 알아 들었고, 주인도 알아볼 줄 알았고, 동네에 남자친구도 생겼다.
나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는 아니었지만 나도 이제 애완견을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던 기억이다. 친구들한테 자랑도 많이 하고 하교하고 집에 오면 간식도 주고 놀아 주고. 내 생의 첫 강아지이다 보니 모든 것이 예뻐 보이고 좋기만 했다.
어느 여름날, 잠시 문을 열어둔 사이 금순이가 혼자 나갔다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알게 되었다.
금순이의 임신 소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