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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강아지는 얼룩 강아지

다섯 둥이와 바둑이

by 유긍정


금순이가 언제부턴가 굉장히 예민해졌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으르렁거리기 일쑤였고, 잠을 많이 자고 매가리가 없었다.


맨 처음 알아차린 것은 할머니였다. 아무래도 애기를 밴 거 같다고. 조금 지나고 나니 정말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린 나는 임신한 강아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집에 이불도 깔아주고, 가지고 놀 작은 인형도 넣어주고는 했다. 그녀가 좋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이 해 줄 수 있는 나름의 것들을 챙겨 주었다.



어느 날처럼 하교 후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눈도 못 뜬 강아지들이 엄마 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너무너무 귀여운 아기 강아지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에 6마리를 낳았는데 한 마리는 안타깝게도 태어나자마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했다.


나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다섯 둥이의 이름 짓기!

첫째는 새하얘서 흰둥이, 둘째는 우리 집 마스코트 바둑이, 셋째는 엄마와 똑 닮아 금자, 넷째는 미안하게도 기억이 안 난다… 막내 다섯째는 색깔이 생쥐색이라 쥐돌이였다.

아무래도 나에게 작명 센스는 없는 것 같다. 다소 일차원적인 작명 실력이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그렇게 불러 주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고, 할머니가 점찍어둔 바둑이를 제외하고는 한 마리씩 엄마 품을 떠나 새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네 마리 모두 할아버지의 지인분들께 입양이 되었고, 마음씨 좋은 주인을 만나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었다. 어린 나이에도 혹시나 나쁜 주인에게 입양되었을까 노심초사하며 할아버지를 들들 볶았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우리 집에는 금순이와 바둑이만이 남았다. 그 작은 꼬물이들 넷이 사라졌다고 집이 굉장히 휑한 기분이었다.

아직도 다 눈에 선하다. 엄마 젖을 먹고 있던 아기들과, 어느 날 갑자기 고요해진 우리 집이.






‘반려견’


진짜 가족이다. 키우면서 더 느꼈지만 요즘 반려동물들은 이제 한 가족의 구성원이다.

나도 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이 되고 둘째 생각이 없다 보니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따금씩 들고는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여건도 안되고 잘 키워낼 자신이 없어 입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또 이별의 슬픔을 한번 경험해 봤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언젠가 모든 여건이 충족될 때, 예쁜 막둥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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