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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움

자유

by 유긍정


남편도 아들도 없는 집. 고요하다. 평화롭다.


이런 시간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아무도 없는 집에 TV소리도 아이의 떠드는 소리도 없는 조용한 시간.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아이를 낳고 난 후에 처음으로 이 기분을 느꼈던 건 아마 어린이집을 보낸 첫날 일 것이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집에 들어서는데 아무도 없고 “엄마!”하고 뛰어오는 아이가 없을 때 느꼈던 그 기분. 다들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눈물이 차 올랐다. 어느새 이렇게 커서 어린이집도 다니는구나. 아기에서 어린이로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이 때는 이런 복잡 미묘한 기분과 대견함, 괜한 서운함등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지만 시간이 벌써 5년이나 지난 지금…



텅 빈 집은 소중하고 소중한 나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다.




집에 혼자 있으면 대체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걸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탓일까. 뒹굴뒹굴하면서 책도 읽고,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감성적인 기분에 취해 끄적끄적 글도 써 본다.


여기서 문제는 집안일은 잠시 미뤄 두어야 하는데, 자꾸만 구석의 먼지가 보인다. 무시하려고 해도 주방의 찌든 때가 아른거린다. 자유분방하게 물건이 놓여있는 선반 위가 거슬린다.

이렇게 구석구석 청소까지 마치고 나면 어느새

띠띠띠띠 “엄마!!” 하는 소리와 함께 우당탕탕 왁자지껄 온 집이 시끌시끌해진다.








꿈같은 시간이 지나가면, 더욱 값진 시간이 찾아온다.

늘 에너지가 넘치고 행복한 시간. 지금. 혼자만의 시간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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