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슈퍼 그럼요>
요즘 우리 아들의 최애곡이다. 태권도 준비 운동할 때 이 노래에 맞춰서 하는 모양이다. 차에서 이동할 때 자꾸만 틀어 달라고 해서 나도 자연스럽게 자주 듣게 된 노래인데, 유치하기는 하지만 귀엽기도 하고 가사가 참 인상 깊었다.
마음이 힘들 땐 어깨를 빌려줄게요
부담은 가지지 말아요
기대 봐요 woah
보답을 하고 싶다면
환하게 웃어주세요
그거면 나는 충분하니까
당신의 힘이 되어 주는 사람
슈퍼 그럼요 - 우주소녀 쪼꼬미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정확하게 5년 만이다.
아무래도 우울인 것 같다.
왜인지 모르겠다. 그냥 안 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러다 마지막은 내가 문제겠거니 하고 그냥 가슴에 묻는다.
아마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모두가 ‘밝은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필명을 괜히 ‘유긍정’이라고 지은 것이 아니다. 긍정적 이이도하고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여러 가지 일을 늘려 놓아서 그런 건지, 쉴 틈 없이 약속을 잡고, 또 아이와 놀아 주느라 나만의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 나의 ‘몸’보다도 ‘뇌’를 편히 쉬지 못하게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명확하게 “이것 때문이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굉장히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안 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의 멘탈을 갉아먹는다.
어차피 나 스스로 견디고 극복해 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분히 내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어졌다.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체력적인 힘듦이었다. 체력이 달리는 것은 딜레마였다.
체력이 안되니 다음날 출근을 하기 위해 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책도 좀 읽고 싶고,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싶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싶은데 이 모든 걸 포기하고 자야 하니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그다음은,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늘 재밌게 살던 내가, 모든 것이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재밌다고 추천해 준 드라마도 재미가 없고, 읽다가 만 책이 벌써 6권이다. 그래도 브런치에 글은 나름 꾸준히 올리고 있었는데, 이것이 내 마지막 남은 즐거움이었다. 글을 쓰고 있으면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해보는 것이다.
이러하다 보니 자꾸만 안 좋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모든 게 부정적이다. 아이가 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화가 난다. 하지만 아이에게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알기에 그걸 또 참다 보니 그것이 다시 스트레스가 된다.
악순환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일에 속상함이 폭발한다. 하지만 또 내가 이러면 안 된다, 별일 아니다, 내가 지금 우울에 빠지려고 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또 나를 책망한다. 역시 악순환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바빠지기는 했지만, 최근에 회사에서 일주일정도 굉장히 한가로운 나날을 보냈었다. 이 때도 이 시기를 조금 즐기면 좋은데, 하필 나의 우울한 시기와 맞물려서 그런지 자꾸 나 스스로가 작아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 부분은 금방 해결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자꾸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 같은데?’라고 자각을 했을 무렵, 나의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고, 그래서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내가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이 또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일 수 있지만, 그냥 내가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냥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친한 친구에게 툭 터 놓고 이야기하고 나니, 내 생각을 좀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뒤엉킨 생각을 차분히 글로 정리하고 다시 읽어 보고 나니음… 그래도 아주 조금은 나아진 기분이다. 나쁜 생각을 곱씹지 말고 그런 기분에 휩싸일 때면 바쁘게 움직여 봐야겠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아이유가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이 기분 절대 영원하지 않고 5분 안에 내가 바꿀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해요.
라고 이야기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이렇게 공허하게 보내는 내 하루가 아까울 뿐이다. 그래도 아직 내 상태가 우울감에 많이 지배된 상황 같지는 않으니 좀 더 노력을 더해봐야겠다.
익명의 순기능이다. 나는 나의 나약한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이라 이렇게 속시원히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그나마 가뿐해진다.
몇몇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내 브런치스토리를 구독 중이긴 하다. 늘 멘탈이 강하고 씩씩하고 밝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놀라거나 혹은 걱정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이런 모습 또한 나의 일부이고 멘탈도 예전 같지가 않은가 보다. 아무래도 나도 나이가 들고 있긴 한가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하지 않는가. 별일 아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