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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를 찾아 주세요.

아파트 내 노키즈존?

by 유긍정


두어 달 전, 아이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농구공을 사달라고 졸랐다. (아들은 초1, 8살) 아직 어른 농구공을 사주기엔 이른 감이 있는 것 같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마트에 갔는데 한참을 농구공 앞에 서서 아련한 눈빛으로 하염없이 농구공을 바라만 보고 있길래, '그래 미리 좀 사두면 어떠냐' 하는 생각이 들어 농구공을 구입하게 되었다.


사주고 나서도 계속 무더위가 이어져서 한동안 농구를 잊고 지내다, 마침 어제 날씨가 너무 좋아 아파트 단지 내에 농구대가 있는 공터로 향했다.



그런데 농구대는 뽑혀나가고 없었고,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아이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던 중, 상가 앞 놀이터 한편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친구를 발견해 잠시 같이 놀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항상 놀이터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공터에서 야구를 하던 친구였다. 그래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왜 오늘은 공터에서 안 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요?"

"아, 거기 매일 나오시는 할머니들이 여기서 공놀이하지 말라고 화를 내셔서 싸우기 싫어서 안 가고 있어요."



상가 앞에 있는 공터에는 철봉과 농구대, 그리고 벤치가 두 개 놓여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청소년들이 농구를 하기 딱 좋은 공간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 두 분이서 관리실에 강력히 항의를 해 농구대도 못쓰게 막아 놓고 공놀이를 하러 오는 아이들에게 다른 데 가서 놀라며 야단치듯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황당해서 왜 안되냐고 여기 아이들도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얘기도 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여기 벤치에 앉아서 쉬는 게 낙이고 비둘기 밥도 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여기서 공놀이를 하게 되면 우리도 위험하고 비둘기들이 다 도망간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기적이고 황당한 대답은 듣는 나조차도 말문이 막히게 만들었다. 심지어 공용공간을 두 분만의 쉼터로 만든다는 것이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아이의 엄마는 할머니들이랑 싸우기도 싫고 그냥 조금 좁더라도 놀이터에 와서 노는 게 마음 편하다고 했다. 이해가 갔다. 나 같아도 그랬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상황 자체가 씁쓸했다.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노키즈존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들이 놀 공간까지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관리사무소에서도 할머니들의 의견에 납득을 했으니 농구대를 막아 놨을 것이고 그래서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 하나가 사라진 것이니,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의 부모 입장에서는 참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앞단지 아파트의 이야기이고, 우리 아파트 단지 또한 농구대가 뽑혀 나갔다. 듣자 하니 최근에 농구대가 없어졌다고 한다. 중학생 아이들이 자주 와서 농구를 하던 곳이다. 나도 많이 봤던 기억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날이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농구를 하고 그러면서 발생하는 소음에 민원이 자주 들어왔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결국 농구대를 없애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니 주변에 농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옆동네 제대로 된 농구 코트뿐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대여를 해서 하는 곳이라 어린아이들이 가볍게 놀다 오기는 어려운 곳이다. 이제 농구를 하려면 차를 타고 큰 체육공원까지 나갔다 와야 한다.

그냥 괜히 마음이 씁쓸했다. 아이들은 이제 키즈카페라는 곳에서만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건가 싶었다. 물론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부모들이 제대로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가르치고 있다.

조금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지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고 어쩌다 이렇게 각박한 사회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내내 마음이 좋지 못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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