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와 서양 철학을 둘러싼 일본 지식인들의 견해 비교
田上雅徳, 『入門講義 キリスト教と政治』, 慶應義塾大学出版会、2015.
山本芳久, 『トマス・アクィナス 肯定の哲学』, 慶應義塾大学出版会、2014.
"… 종교를 신봉하지 않더라도 각별히 불안에 위협받는 일도 없고, …종교로 인해 우리의 의혹이 해결될 것이라고는 조금도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오늘날의 종교는 학술적 흥미거리 이외에는 거의 쓸모가 없다."
메이지 원년에 태어나 쇼와 초기까지 살았던 일본인 작가 우치다 로안(内田魯庵, 1868-1929)은 사회주의 성향의 평론지 "카이조"(『改造』) 1920년(다이쇼 9년) 8월호에 기고한 "석가와 기독과 마르크스"라는 글에서 종교에 대한 의견을 이렇게 정리한다. 국가 주도의 서구화 과정에 따라 마련된 제도들 속에서 서양식 학문과 문화를 학습한 일본의 근대 지식인들 중에는 서구의 종교(특히 그리스도교)에 대해 신자이기보다는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접근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반면 우치다 로안의 말년에 해당하는 1926년에 태어난 가토 신로 선생은 아우구스티누스 강독을 통해 "오늘날의 일본에서 (넓게는 동아시아에서) 서구사상이 갖는 의미"를 (특히 가톨릭 신자의 입장에서) 찾아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일상적으로 '신(神,かみ)’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논의할 기회가 적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서양 중세철학을 전공한 도쿄대 교수 야마모토 요시히사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 '긍정의 철학'이라는 사상이 기반을 이루고 있다는 전제로, 이를 통해 "그리스도교도가 아닌 일본인들도" 신학을 넘어서 일상의 철학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한다. 나아가 서구정치사상사를 전공하는 게이오 대학의 타노우에 마사나루 교수는 "서구의 정치사상을 공부하다 보면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의식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서구에서는 '종교'라고 했을 때 떠올리게 되는 '내세' 또는 '성스러움' 같은 가치들만큼이나 법이나 제도, 권력 등의 정치적인 영역이 밀접하게 엮여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서구 종교를 신앙으로서 수용할 것인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제도적 문화적으로 한 세기 이상 서구화가 진행되어 온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아시아인들에게, 서구 사상은 더이상 서구 관점의 보편적 교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정체성을 인식하기 위한 연결지점에서 점차 확장되고 있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