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철학자와 미국인 신학자의 전통음악과 모더니티

음악 전공자가 아닌 서양 연구자들의 서양음악론

by yoonshun

Andrew Bowie, “Music, Philosophy, and Modernit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7.


Jaroslav Pelikan, “Bach Among the Theologians”, Fortress Press, 1986.


영국인 철학자 앤드류 보위(1952-)와 미국인 신학자 펠리칸(1923-2006)이 각각 집필한 음악에 관한 논의들은 20세기 영미권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전통’음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그들의 고민이 오늘날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서양 클래식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역사신학 분야에서 방대한 업적을 남긴 펠리칸은 바흐(J.S.Bach, 1685-1750)의 음악을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종교개혁(1517)에서 유래하는 프로테스탄트 전통과 그에 따른 교회력(church year)의 맥락에서 접근한다. 바흐의 음악은 으레 ‘교회음악’이라고 규정되지만, 정작 바흐가 활동하던 독일의 주요 도시들이나 그가 남긴 작품들이 ‘어떤 교회’와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관한 종교적 신학적 맥락을 음악사의 범주에서만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다. 펠리칸의 에세이들에는 이렇게 오래된 궁금증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들이 담겨 있는 셈이다.


런던대학의 로열 홀러웨이에서 독일 철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한편, 직접 색소폰을 연주하는 아마추어 음악가이기도 한 앤드류 보위는 자신의 연주 경험과 주변 음악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통찰들을 이른바 ‘모더니티’ 시대의 음악과 철학이라는 주제로 정리했다. (로열 홀러웨이는 피터 브라운 선생이 젊은 시절 역사학부 학장으로 재직했던 대학이기도 하다.)


보위의 글에서는 “가사나 표제가 없는 음악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또는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음악 창작과 그 결과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와 같은, 20세기 이후의 음악 흐름을 향한 서양인의 흔한 ‘철학적’ 문제제기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여기서 한 발 물러나 20세기 초 서양의 ‘모더니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근대’와 ‘서구화’를 체험했던 동아시아의 상황에 대한 인식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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