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의 선택적 서양음악 수용과 쇤베르크

20세기 전반기 음악 창작의 전환점과 동아시아 서구음악 인식의 역설

by yoonshun

Arnold Schoenberg, “Style and Idea: Selected writings”, Leonard Stein (edited), Leo Black (tran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0 (first edition 1975).


戸ノ下達也, 『音楽を動員せよ: 統制と娯楽の十五年戦争』, 青弓社、2008.


이른바 '세기말'을 향해 가던 시기 오스트리아 빈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20세기 초 제2의 빈악파(Zweite Wiener Schule)라 불리던 흐름을 주도하기도 했던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는 나치 집권기에 유럽을 떠나 미국 서부에 정착해 LA에서 '미국 시민'으로 말년을 보냈다. 20대에 접어든 1900년대 초부터 시도했던 작곡 기법들은 서구 클래식 음악의 기반을 이루던 조성 원칙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고, 현악4중주 2번 (Op 10, 1908)이나 달에 홀린 피에로(Pierrot lunaire, Op 21, 1912) 같은, 그의 이름에 늘 따라다니는 ‘대표작’들은 상대적으로 초기작에 해당한다.


전환기의 근대 음악가로 ‘쇤베르크’를 상징하는 활동들은 이처럼 그의 젊은 시절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흔하지만, (앞서 훑어본 파울 베커나 스트라빈스키의 ‘미국’ 시기 못지 않게) 쇤베르크가 ‘미국’에서 ‘영어‘를 구사하며 활동한 기간이 20년 가까이 된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 출신지인 빈에 이어 베를린으로 옮겨가서도 동료 예술가들과 꾸준히 교류했던 쇤베르크는 미국에 정착해서도 거쉰(George Gershwin, 1898-1937), 케이지(John Cage, 1912-1992), 클렘페러(Otto Klemperer, 1885-1973) 등 동시대 음악가들과 만나 영향을 주고 받았다. 또한 UCLA 재직 기간(1936-1944)을 포함해 미국 대학에서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는 쇤베르크 사후 그의 업적 보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들도 적지 않다. (오늘날 UCLA 음대에는 그의 이름을 붙인 건물Schoenberg Music Building과 공연장Schoenberg Hall으로 그를 기념하고 있다.)


쇤베르크는 작곡에서 남긴 성과 만큼이나 창작과정의 세세한 사항들을 직접 기록해 두었는데, 약 40년에 걸쳐 작성된 이 문서들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기까지는 그의 미국인 제자들의 역할이 컸다. (이 책의 편집자 레너드 스타인Leonard Stein 역시 그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쇤베르크가 독일어와 영어를 오가며 남긴 수백편의 글들은, 작곡가로서 지향했던 원칙들과 참고했던 문헌들, 과거 음악가들에 대한 의견들까지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는만큼, 그의 음악과 사상에 접근하는 데 어떤 안내서보다도 직관적인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처럼 쇤베르크가 유럽과 미국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가던 20세기 전반기, 지구 반대편의 일본에서 진행된 서양음악 수용과 전개를 다룬 토노시타 타츠야의 “음악을 동원하라”에는, (당연하게도?) 쇤베르크의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19세기 후반 아직 오디오 매체가 보급되기도 전부터 베토벤과 바그너를 비롯한 독일의 음악 전통에 열광했던 메이지 지식인들과 달리, 20세기 쇼와시대 일본인들이 중시했던 서양음악은좀 더 복잡한 양상을 드러내게 된다.


특히 '통제와 오락의 15년 전쟁'이라는 책의 부제에서처럼, 전시체제에 들어선 일본에서는 음악을 비롯한 예술의 검열이 강화되고, ’대동아 공영권‘ 확립을 위한 (동맹국이던 나치 독일의 예술통제-보급 정책을 떠올리게 하는) ’건전함‘ 확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공습과 폭격 상황에서도 ‘베토벤’을 중심으로 하는 오케스트라 정기연주는 중단되는 일 없이 줄곧 지속되었다는 사실도 이러한 맥락을 뒷받침 하는 사례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일본 서구화 과정에서 규정된 ’클래식 음악‘의 범주와, 쇤베르크로 대표되는 서구의 ’근대‘ 음악이 동아시아로 수용되는 시기나 관점들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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