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음악학교에서 독일음악을 중시한 이유

독일식 근대 교육제도를 지향한 메이지 일본의 제국대학과 음악대학의 탄생

by yoonshun

天野郁夫, 『大学の誕生』 (上) (下), 中央公論新社, 2009, 2010.


1877년(메이지10년) 개교한 도쿄대학은 이후 (1886년) '제국대학'으로 명칭과 정체성을 바꾸게 되고, 1897년(메이지30년) 교토에 새로운 제국대학이 개교하면서 기존의 제국대학은 '도쿄제국대학'이 되었다. 1885년(메이지18년) 내각제 성립을 전후해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와 문부성 장관 모리 아리노리(森有礼, 1847-1889)를 주축으로 서구 주요 국가들의 헌법과 대학제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가관료 양성의 중심 기관이었던 독일식 대학을 모델로 삼은 대학을 설계하게 된 것은 '제국대학'의 주요 등장 배경이다.


메이지 시기 서구화 정책에 따른 일본 최초의 전문 서양음악 교육기관 도쿄음악학교(東京音楽学校)는 제국대학보다 한 해 늦은 1887년에 개교했다. 오늘날 일본의 유일한 국립 종합예술대학인 도쿄예술대학(東京芸術大学) 음악학부의 전신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서양음악을 전문적으로 학습하게 된 초기의 졸업생들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가르쳤던 교사들의 이력이나 배경도 자세히 살펴볼만하다.


도쿄음악학교 초기의 주요 외국인 음악교사 열 명 중, 프랑스 출신 교사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독일인 또는 독일계에 해당한다. 학교의 제국대학과 헌법의 독일 지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독일인 교사 중 한 명이던 구스타프 크론(Gustav Kron, 1913-1921재직)은 교내 음악회에서 베토벤 심포니 아홉 곡 중 여섯 곡의 초연무대를 지도했다고 한다.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19세기 독일 정신은 일본의 클래식 음악 수용의 키워드이며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며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서구식 제도들을 따라가다 보면 19세기 독일의 제도와 사상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지점들이 보인다. 특히 도쿄음악학교로 대표되는 클래식 음악 수용 초기의 절대적인 독일 지향은 이후 우리나라의 음악대학 성립 과정에도 (한편으로 중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의 19세기 음악에 반영된 철학과 문학의 사상을 연구하는 것은 동아시아 근대를 배경으로 하는 클래식 음악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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