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음악대학 교수들의 연구 주제에 반영된 인종 정체성에 관하여
"하인리히 쉔커(Heinrich Schenker, 1868-1935)가 1920년대에서 30년대 초 집필한 음악이론 저작들에 담긴 공공연한 민족주의는 잘 알려져 있다" (edited by Applegate, Potter, 2002, p.26)
읽고 있던 책 속에서 지나가는 듯한 이 문장에 신경이 쓰여서 이런저런 내용들을 찾아보다가, 몇 년 전 미국의 음악이론학회(Society for Music Theory)에서 쉔커 이론에 인종주의적 견해가 반영되어 있음을 지적하는 연설을 했던 뉴욕 시립대 헌터컬리지의 필립 에웰(Philip Ewell) 교수와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노스 텍사스 대학의 티모시 잭슨(Timothy Jackson) 교수 사이의 논쟁에 관해 알게 되었다.
이 문제는 이미 학술적 논쟁을 넘어서 수 년에 걸친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내용을 둘러싼 입장들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듯하다. 서구의 전통을 해석하는 여러 각도의 관점들이 어떻게 대립하고 있는지, (일단은 한 발 물러나) 단편적으로나마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966년생의 필립 에웰은 아프리카계(Black) 음악 연구를 제도권 음악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자이며, 첼로 연주자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유럽계 백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온 미국 음악대학의 흐름에서 그의 활약이 끼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은 듯하다.
캐나다 출신의 티모시 잭슨(Timothy Jackson, 1958-)은 전형적?인 백인 음악학자로, 지난 2005년 쉔커 연구저널(Journal of Schenkerian Studies) 창간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에웰의 반론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주장이 담긴 논문 역시 이 저널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