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연주자들의 서양 클래식 음악

온다 리쿠, “꿀벌과 천둥”, 2017

by yoonshun

원작

恩田 陸, 『蜜蜂と遠雷』, 幻冬舎, 2016。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일본의 클래식 음악관련 콘텐츠는 대개 연주 경연의 현장인 콩쿠르와 긴밀히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곡들을 얼마나 잘 연주하는지 평가 받으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연주자들 개개인의 인간 승리 또는 좌절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모습은 얼핏 스포츠 종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하는데, 온다 리쿠의 소설 “꿀벌과 천둥”에서는 “음악가는 운동선수라고 생각”하는 (본선에서 결국 우승하는) 콩쿠르 참가자의 체육 활동 경력과 마음가짐이 묘사되는 한편,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들의 세계를 문학 작가들이 ‘난립하는’ 신인상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 시즈오카현에 위치한 하마마츠(浜松)시에서 3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국제 콩쿠르를 모델로, 오랜 기간에 걸쳐 직접 취재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작가는 한국어 번역본 맨 앞에 실린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음악은 진정 세계의 언어”라면서도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 동양인들이 서양음악을 하는 의의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항상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여러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라고 덧붙인다. 이런 물음은 소설 속 1차 예선 중 참가자를 돕던 한 친구가 ‘어째서 동양인이 서양음악을 하는가’라고 던지는 질문과도 일치한다.


<노다메>에서는 유럽과 일본의 여러 콩쿠르 현장들을 스토리 전개의 곳곳에 배치한 반면, “꿀벌과 천둥“은 일본의 한 지역에서 열리는 가상의 “국제 콩쿠르” 참가 등록 기간부터 본선 결과가 발표되어 막을 내리기까지 시간 순서로 따라가는 구성이다. <노다메>와의 흥미로운 접점을 하나 찾아보자면, 파리 음악원(Conservatoire de Paris)에 특별 청강생으로 재학 중인 10대 청소년(또는 어린이)의 존재를 부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작품 제목 ”꿀벌과 천둥“ 역시 해당 인물인 카자마 진(風間塵)의 성장 배경(양봉가 아버지)에 따른 별명(꿀벌왕자蜜蜂王子)과 그가 ”번갯불도 보이지 않을만큼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천둥소리“를 들으며 이미 세상을 떠난 스승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유래한 듯하다.


”유명 콩쿠르 입상자들 중 이 콩쿠르 출신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인지도와 ’권위‘를 높여가게 되었다는 소설 속 콩쿠르에는, 각 국에서 모여든 1차 예선 참가자가 100명 가까이 된다. 입상자들은 결국 이 기회를 발판삼아 ”서양의 유명 콩쿠르“에 도전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아울러 3차 예선에 오른 열 두명의 참가자 중 한중일 출신의 연주자가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데, 본문에서는 ”지리적 조건으로 볼 때 일본 콩쿠르 참가자에 아시아계가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지리적으로 머나먼 유럽과 미국의 주요 클래식 음악 콩쿠르에서도 아시아계 연주자들이 콩쿠르 참가자의 주류가 된 지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벨기에의 공영방송RTBF에서는 지난 2012년 자국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한국인 연주자들이 ’대거‘ 참가해 입상하는 이례적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한국어판 작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1964년생인 작가 온다 리쿠의 클래식 콩쿠르에 대한 접근에는 다소 냉소적인 기운도 감지된다. 특히 ”최근의 콩쿠르는 거대한 산업“이라든가, 콩쿠르가 ”난립“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소회를 등장인물들의 대화 곳곳에 배치해 놓고 있는데, 적어도 70-80년대에 성장기를 보냈던 일본인들이라면 (한국인과 중국인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특히 피아노)에 대한 일상적 학습을 (너무도 당연한듯) 경험하면서 보편적으로 공유하게 된 뚜렷한 정서와 질문들을 반영하는 것이라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아울러 한국 독자들을 의식해서일까 소설 속에서 한국인 콩쿠르 참가자들에 대한 묘사가 유독 대단히 호의적이고 다정하다.) 출간 이후 2017년에는 일본에서 (현대 일본문학의 권위를 대표하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소설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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