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 음악과 미국의 영향

브뤼노 몽생종,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by yoonshun

원작

Bruno Monsaingeon, "Mademoiselle: Entretiens avec Nadia Boulanger", 1980. (TV Film, 1977)


뉴욕시티 출신의 우디 앨런(Woody Allen, 1935-) 감독이 연출한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를 보면서 신경쓰였던? 부분은, 1920년대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파티 현장에서 당대 프랑스의 노래가 아닌, 미국인 뮤지션 콜 포터(Cole Porter, 1891-1964)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르는 영어 가사의 재즈송이라는 점이다. 특히나 2010년대 캘리포니아 출신의 무명작가가, '황금기'로 여기며 동경하는 1920년대의 파리로 타임 슬립한다는 영화 속 설정에서, 라벨(Maurice Ravel, 1875-1937) 또는 6인조(Les six)에 속하는 미요(Darius Milhaud, 1892–1974)나 풀랑크(Francis Poulenc, 1899–1963) 같은 프랑스 음악가들의 존재를 부각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20년대 파티 장면 이외에도, 주인공은 파리 골목의 구석진 앤티크 레코드가게에서 다시 한 번 콜 포터의 노래와 음반을 만난다. 콜 포터의 음악은 마침 여기에서 일하던 (영어로 말하는) 프랑스인 여성과의 은근하고 자연스러운 대화와 교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어, 결말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영화 개봉 시기에 이 장면들을 보면서는 '그저 감독이 뉴요커라서 파리 사교계에서 미국 재즈의 존재감을 얼마간 과장해서 강조한 걸까',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지난 후 틈틈이 읽던 태러스킨의 <20세기 전반기 음악사> 문장들 속에서 이런 궁금증에 대한 약간의 단서들을 찾을 수 있었다.


유럽 클래식 음악에서 '재즈 리듬’이 도입된 초기 사례로, 태러스킨은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의 1908년 작 “Children’s Corner”를 제시하는데, 한편으로 1908년은 유럽 전통과는 선을 긋는 미국식 클래식 음악(musical Americanism)을 추구하던 코네티컷 출신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Charles Ives, 1874-1954)의 상징적인 심포니 작품 "The Unanswered Question"이 발표된 해이기도 하다. 이후 1917년 미국의 1차대전 참전을 계기로 미국과 프랑스 사이의 교류 사례가 늘었고, 예일대와 하버드를 거쳐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던 아직 20대의 젊은 콜 포터도 바로 같은 해 한 구호단체에 합류해 파리로 이주했다고 한다. 뉴욕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던 월터 댐로시(Walter Damrosch, 1862-1950)가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국 원정군(American Expeditionary Forces) 군악대를 지도했던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댐로시의 제안으로 종전 후 1921년 파리 근교 남서부 퐁텐블로에 “미국 음악원Conservatoire américain de Fontainebleau”이 설립되었다.


파리 음악원 출신으로 일찍부터 작곡과 연주, 지휘까지 재능을 발휘했던 나디아 불랑제(Nadia Boulanger, 1887-1979)는 졸업 후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이미 개인레슨 지도자로 명성을 얻었는데, 퐁텐블로 미국 음악원 설립 초기 주요 지도자로 합류했고, 이후에는 강연과 지휘 무대 등을 통해 미국에서도 활동하면서, 일생동안 미국인 음악가들을 지도하고 교류했다. 퐁텐블로 초창기 학생이었던 코플런드(Aaron Copland, 1900-1990)와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을 비롯해 20세기 미국인 음악가의 대다수가 나디아 불랑제의 악파(이른바 불랑제리Boulangerie)를 거쳐갔다. 1977년 90세에 이른 말년의 불랑제는 프랑스인 영상 제작자 브루노 몽생종(1943-)과의 대화에서 "미국 음악"이라는 표현 자체도 드물었던 1920년대부터 약 반세기에 걸쳐 성장한 미국인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을 지도해 왔던 '역사적' 순간들을 담담히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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