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바흐 수용의 여러 갈래들

알베르트 슈바이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by yoonshun

원작

Johann Sebastian Bach. Breitkopf & Härtel, Leipzig 1908; Nachdruck Breitkopf und Härtel, Wiesbaden 1979.


19세기 말 동아시아의 서구화와 맞물려 있는 독일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낭만주의에서 모더니즘으로의 전환기이자 20세기로의 이행기 언저리에서 몇 가지 어려운 주제들을 만나게 된다. 메이지 초기 일본에서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서양식 음악을 학습하기 시작했지만, ‘보편적’ 서양음악이라는 실체가 존재했다기보다는 당대 유럽의 어떤 현상과 유행을 상당 부분 반영해 도입된 양상을 여러 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지의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그대로 수용할만큼의 환경이 아니었던만큼, 대체로 동시대의 어떤 현상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데 유의해야 할 것이다.


“독일 모더니즘”의 저자 월터 프리쉬는 1980년대 초부터 콜럼비아 음대에 재직하며 주로 19-20세기 독일어권 음악을 ‘독일어를 모르는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특정 시기가 아니라 언제라도 찾아낼 수 있는 ‘전환’의 상태”를 ‘근대(modern)’로 강조했던 보들레르의 정의를 제시하며, ’기존의 음악사에서 주로 전통과 질서의 해체와 파괴에 집중되어 온 ‘근대’의 한정된 범위를 확장해 ‘과거’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측면으로서의 ‘근대’에 주목한다. 이 때 수동적이며 불가피한 상태로서의 모더니티modernity와 상대적으로 이념적이고 자발적인 현상으로서의 모더니즘modernism을 구분하고 있다.




관련해서 더 자세히 살펴볼만한 부분은 19세기 이후 독일어권에서 바흐의 수용과 재해석에 관한 현상이다. 저자는 바흐의 존재와 그의 작품이 19세기 사람들에 의해 ’발굴’된 이후, 바흐가 활동했던 시대의 맥락과는 무관한 새로운 의미가 끊임없이 부여되어 왔음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세기말’ 현상에 상대되는 ‘치유’와 ‘건강’의 가치를 바흐와 그의 음악에서 찾아내려는 시도들에 접근한다.


1905년 한 음악 잡지(Die Musik)에서 동시대 각 분야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 “J.S.바흐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이며, 우리 시대에 그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다수의 응답자들이 ‘건강’, ‘휴식’, ‘치유’ 같은 표현으로 답한 기록들을 정리해 둔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아울러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가 집필한 바흐 연구의 독일어판(1908)에는 “바흐는 우리 시대에 절실하게 필요한 영적 통합과 열정을 얻게 해 준다”는 구절이 수록되어 있는데, 1905년 출간된 프랑스어 원본에서는 이와 같은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한국어 번역본은 독일어판을 기준으로 번역되었다.) 이처럼 쇤베르크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의 해체나 조성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서구음악의 ‘근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강조되는 한편으로, 이와 같은 ‘과거의 재해석’이 ‘근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도 더 알아봐야 할 면면들도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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