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슬픈 외국어”
원작
村上 春樹, 『やがて哀しき外国語」, 講談社文庫, 1997. (초판 1994)
“슬픈 외국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 초 뉴저지의 프린스턴 대학 방문체류 중 집필하고 연재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당시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어려울 장기간의 외국 생활에 얽힌 현장감을 담아냈다고는 해도, 주변에 대한 배려보다는 공격성 경향이 뚜렷한 서술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다소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부분도 꽤 있는데, 애초에 이 연재글은 고단샤講談社 출판사 홍보용 월간지 “本”을 위한 기획으로,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아닌 한정된 집단을 대상으로 집필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겠다. (1992년 8월부터 1993년 11월까지 연재.)
어쨌거나 애써 의미부여를 해 보자면, 그동안 파편적으로 하루키의 몇몇 소설이나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던 부분들에 연관된 단서?들을 일부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제목으로까지 내세운 ‘외국어’에 관련된 썰들보다도 오히려 더 눈여겨 보게 된 부분은 하루키 자신의 ‘재즈’(음반)에 대한 개인적 ‘히스토리’이다. 특히 한동안 재즈를 멀리하고 클래식 음악(음반)을 가까이 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도 (당시 그의 작품에 포함된 수많은 '음반'들과의 연관성을 떠올려 보면) 그럴듯 하다. 대략 요약해 보자면,
> *열 세살부터 재즈 음반을 수집했지만, 본격 콜렉터라고 하기에는 돈 쓰기에 인색한 편이다. *1940-60년대 음반은 되도록 CD보다는 오리지널 레코드로 소장하고 싶다. *도쿄에서 재즈바를 운영하던 7년은( 어려움도 많았지만) 재즈로 시작해 재즈로 마무리 되는 하루하루 그 자체가 좋았다. *소설을 쓰는 전업작가가 되어 ‘창작’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니, ’그저 좋아서 음악을 듣는’ 일이 어쩐지 괴로워졌다. *이 때부터 재즈를 멀리하고 클래식이나 록 음악만 들으며 지냈는데, 다시 재즈를 찾아 듣게 되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
덧붙여, 하루키는 뉴욕의 재즈바에서 접한 ‘현지의 재즈’에 여러 모로 실망감을 드러내는데, 특히 1990년대 재즈가 이미 ‘동시대’ 음악이 아닌 ‘과거’의 음악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대체로 느낌적) 이유에서다. 그는 열 세 살이던 1960년대 초반에 ‘음반으로’ 처음 들었던 당시의 재즈를 중심으로, 그 때의 음악만이 (CD로는 결코 살려낼 수 없는) 어떤 ‘노스탤지어’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는 개인적 주장을 뚜렷하게 내세운다. (유명 작가로서 그의 이런 견해가 ㅡ뮤지션이나 음악 제작자들의 사정과는 별개로ㅡ 이후 세간의 재즈 취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ㅎ)
당시 출간된 백인 베이시스트 빌 크로우(1927-)의 회고록은 바로 그 1950-60년대 맨해튼을 중심으로 전개된 재즈 뮤지션들과 업계?에 관한 50개 넘는 챕터의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키는 미국 체류 중 이 책을 틈틈이 읽으며, 사소한 정보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하루키 번역의 일본어판이 출간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택시로 장거리 이동 중이던 하루키는 (흑인) 운전기사와 재즈를 주제로 대화하다가 "그래도 재즈는 우리 (흑인 또는 미국인의) 음악이지"라는 기사의 말에 더이상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었던 순간을 기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