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원작
Ernest Hemingway, “A Moveable Feast”, 1964.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를 다시 보면서, 영화 속 미국인 무명작가의 1920년대 파리에 대한 환상의 실체는, 당시 ‘프랑스’의 문학이나 문화이기보다는 오히려 그 시기 그 공간에 모여 있던 ‘미국인’ 작가들의 면면이라는 점이 새삼 눈에 띄었다. 주인공이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장면에서 만나고 교류하게 되는 인물들은, 파티 현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하던 콜 포터(Cole Porter, 1891-1964)를 비롯해, 피츠제럴드 부부(F. Scott1896-1940 and Zelda Fitzgerald1900-1948)와 헤밍웨이(1899-1961),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1874-1946)처럼, 마침 그 때 파리에 정착해 있거나 잠시 머무르던 ‘미국인’들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영화 속 1920년대 파리 묘사의 바탕에는 헤밍웨이 사후 출간된 그의 파리시절(1921-1926) 에세이 “A Moveable Feast”가 있다. 동시대 (영어권) 작가들과 보낸 날들, 특히 가까운 동료로 지내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드러내는 피츠제럴드와의 에피소드들은 21세기 영화 소재로도 손색없을만큼 생생하다.
청년시절 헤밍웨이는 파리 시내를 산책하며 매일같이 들렀다는 뤽상부르 미술관Musée du Luxembourg에서 세잔(Paul Cézanne, 1839-1906)과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글(stories)’쓰기에 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집필 활동에 기반이 되었던 언어는 어디까지나 영어였다.
1919년 파리에서 문을 연 셰익스피어앤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는 당시 (영어권) 도서 대여점을 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고, 헤밍웨이는 이곳에서 투르게네프, 체홉,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러시아 문학의 영어 번역본들을 빌려 읽으며,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서 자신의 관점을 정리해 두곤 했다.
미국인 여성 실비아 비치(Sylvia Beach, 1887-1962)가 운영하던 이 서점은, 파리에서 영어권 문학이 유통되는 데에 상징적인 역할을 했지만, 2차대전 시기 독일의 프랑스 점령기(1941)에 폐업했다. (이후 George Whitman(1913-2011)이라는 미국인이 실비아 시절의 서점을 기념하며 같은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