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르 아도르노, “말러: 음악적 인상학”
원작
Theodor Adorno, ”Mahler: Eine musikalische Physiognomik“ (in Die musikalischen Monographien), 1963.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한 격변의 20세기 전반기를 거치는 동안 (특히 독일어권 출신의) 지식인들은 이성을 바탕에 둔 ’계몽‘과 ’근대‘의 시대가 불러온 ’야만‘의 기원과 본성을 탐구해야만 했다. 토마스 만(1875-1955)은 동시대의 음악가들이 독일 음악의 전통을 벗어나 구축해 갔던 새로우면서도 엄격한 ’법칙과 질서‘를 이러한 ’야만의 이성‘에 대입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도르노(1903-1969)는 1960년 말러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는 연설문을 바탕으로 하는 말러론을 펴냈다.
생전의 말러와 긴밀히 교류했던 브루노 발터(1876-1962)가 지휘한 말러 유작들이 일찍이 1930년대 중반부터 녹음으로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로, LP 레코드와 스테레오 녹음 기술이 도입된 1950년대 이후에는 심포니 중심의 대규모 편성 레코딩이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되었다.
독일인 음악학자 크롭핑거(Klaus Kropfinger, 1930-2016)가 1985년 발표한 말러 4번 심포니 연주 분석 논문에 따르면, 해당 시점에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이 적어도 (무려) 20종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음반이나 공연이 드물던 20세기 전반기, ’악보‘를 음악의 동의어로 여기며 글을 쓰던 아도르노나 토마스만 같은 인물들은 이런 시대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20세기 후반기의 이러한 ’말러 현상‘은 일본에서도 예외일 리 없었다. 크롭핑거의 논문이 발표된 지 얼마 안되어, 일본인 음악학자 와타나베 히로시(渡辺裕, 1953-)가 집필한 ”문화사 속의 말러“라는 제목의 말러론은 ”포스트모던“이라는 시류를 주축으로 말러 시대의 ”모던“을 조명한다. (1989년 NHK교향악단의 월간 소식지에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구성된 책이다.)
이성을 앞세운 야만의 시대, (단지 음악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전통의 해체를 마주했던 (아도르노와 토마스만 같은) 당대 지식인들의 현실과 고민은, 20세기 후반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상업매체와 대중문화의 영향력과 함께 ’소비와 여가‘를 매개로 하는 일종의 ’교양‘이자 ’상품‘으로 변모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