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그리모,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 (2007)
원작
Hélène Grimaud, “Leçons particulières”, Robert Laffont, 2005.
스무살도 되기 전 데뷔했던 여성 작가이자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1969-)가 서른 중반에 집필한 이 책은 ‘자서전과 소설의 중간쯤’이라는 소개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피아니스트로서의 여정과 그 사이에 마주친 여러 사람들과 자연, 풍경과의 교류가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스스로 “음악과 결혼했다”고 말하는 그리모는 수많은 인터뷰에서 ‘여성으로서’ 반복적으로 받게 되는 “가정, 결혼, 자녀”에 관한 질문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 외동딸로 성장하며 얻은 부모님의 지혜와 사랑에 대한 감사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열 두 살에 독립한 이래로 투어 연주자로 세계를 오가는 생활 속에서, 스스로 자녀를 돌보는 부모로서의 정체성을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을 냉정하게 마주하는 그리모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우리 시대에 이만큼 이름이 알려진 여성 연주자 자체도 대단히 드물다는 사실과, 있다 하더라도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이들의 비중이 적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단순히 비교할 사안은 아니더라도) 젊은 날의 오자와 세이지가 한참 유럽 투어 연주를 다니던 중 “아내가 출산 이후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진 시기에는, 일본에 계시던 어머니가 함께 연주일정을 다니며 일본식 밥을 챙겨주셨다”던 일화나, 알프레트 브렌델이 어느 인터뷰에서 온전히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는 데 전념하는 타고난 전업 아내“를 만난 행운에 대해 이야기하던 대목과 너무나도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