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피아니스트의 동아시아 이해 (또는 오해)

안드라스 쉬프, “음악은 고요로부터”

by yoonshun

원작

András Schiff, "Musik kommt aus der Still: Gespräche mit Martin Meyer, Essays", 2017.


헝가리 출신으로 런던을 거쳐 뉴욕으로 이주한 뒤 서유럽 중심으로 활동해 온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András Schiff, 1953-)와 스위스 취리히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마르틴 마이어(Martin Meyer, 1951-)의 대담집이다. (후반부에는 쉬프가 집필한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원문 출간 시기 두 저자의 나이는 대략 60대 중후반이다. 어르신들이 독일어로 나눈 대화가 반말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대담 현장의 생생함이 전해지는 듯한 효과도 있는 듯하다. 독자 입장에서 궁금한 부분들을 남김없이 이끌어 내는 마이어의 예리한 질문들이 인상적이다.


냉전 시기 공산주의 국가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쉬프의 회고는 한편으로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의 피아노 열기와도 대조해 볼만한 지점들이 많아보인다. LP에서 CD로 이어지는 ‘음반의 황금시대’였던 20세기 후반기를 온전히 누렸던 쉬프의 음악에 대한 신념들은 오늘날 더이상 유효성을 얻기 어려워 보이는 부분들도 많지만, 긴 세월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무게감의 굳건함만큼은 배워두고 싶다.


다만, 안드라스 쉬프가 한중일의 클래식 음악 열기에 대해 엉뚱하게도 "한중일에는 흥미로운 고유의 민속음악이나 '궁정음악'이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던 부분은 어쩐지 아쉽다.


게다가 책의 본문 중에도 몇차례 언급되는 쉬프의 아내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시오카와 유코는 일본 출신인데다 부부가 함께 또는 각각 한중일 투어 연주도 꾸준히 해 왔음에도, 막상 동아시아 지역과 청중들에 대한 이해가 그다지 없어보여 실망스럽기도 하다.


반드시 쉬프 개인의 탓이라기보다는, 서구인들 대상의 동아시아 서구화 역사 학습 과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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